극우 유튜브에서 아들을 구출해 왔다 교양 100그램 8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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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이 가끔 페미니즘이나 여가부 폐지, 윤석열 탄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는 했다. 이 아이들은 정말 내 생각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나를 곤경에 처하게 하고 친구들과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히히덕거리기 위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사회에 관심이 많고 청년정책제안 등 정책에도 꽤나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편이라 그에 대한 주관이 뚜렷한 편이다. 그러나 나도 어렸을 때 선생님의 편향적인 정치적 의견을 들었을 때의 불쾌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 보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대답해준다. 그러면 쉽게 이 상황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의 해답을 기대하며 책을 폈지만 한 마디로 정의해주진 못 했다. 하지만 어른들이 먼저 민주시민적인 사고를 하고 아이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타협해야한다는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좋은 교육이 아직도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지만 저자가 하는 말에 모두 공감하며 읽었다. 모두가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는 있지만 폭력은 절대 안 되는 법이다. 


민주주의는 본래 '솔직하지 않고' '부자연스러운' 제도입니다. 존중과 배려는 인간의 본능에 있는 덕목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여 사는 이 사회를 지키고, 그 안에서 다 같이 행복해지려면 본능대로 살아서는 안 됩니다. 존중, 절제, 배려, 관용, 솔직함은 이러한 민주적 덕목과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매력이 될 수 있다고, 그저 '솔직하기만' 한 언행은 이기주의적인 혐오와 다름없다고 아이들에게 선을 그어주어야 합니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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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유튜브에서 아들을 구출해 왔다 교양 100그램 8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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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댓글들이 이 책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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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강보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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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이라는 제목은 처음엔 낯설고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뱀과 양배추가 무슨 관계지?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야 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이 소설집의 핵심이라는 걸 알게 됐다. 전혀 닮지 않은 감정과 사람들,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상황들이 이 작품들 속에 함께 있고, 작가는 그 낯섦과 불편함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표제작에서 등장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리 안의 농도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 그 일시적인 감흥이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최선 아니겠냐고.” (p.81)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인간관계나 감정이란 게 결국 완벽한 이해나 일치가 아니라, 그 잠깐의 '농도 변화'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어떤 감정은 설명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를 바꾼다.

가장 깊게 남았던 건 「빙점을 만지다」였다.


“살얼음 낀 맥주처럼 알맞은 상태로 쭉 가면 좋을 텐데 그게 잘 안 돼.” (p.209)


이 문장은 지금 우리의 삶 그 자체였다. 너무 차가워지지도, 너무 녹아버리지도 않도록 애쓰며 균형을 잡는 하루하루. 그런 온도를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미묘한지, 문장 하나가 다 말해주고 있었다.


이 책은 나를 계속 돌아보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느끼는 부끄러움, 동경, 불쾌함, 경계심 같은 감정들이 작품을 통해 더 또렷해지고, 때론 낯선 타인 속에서 나 자신을 본 것 같아 머쓱해지기도 했다.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감정들을 피하지 않고 들여다보게 한다.


정답을 주진 않지만, 감정을 수용하고 관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방식을 제시해주는 책. 불편함 속에서 ‘운명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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