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철학
웨인 D. 보먼 지음, 서원주 옮김 / 까치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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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가 노력을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다만 자주 반복되는 ‘같다‘를 조금 더 문어체적인 표현들로 번역했더라면 더 좋았을 듯 합니다. lekton이 될 수 없는 ‘음악‘을 말로, 그것도 철학의 어휘를 빌려서 풀어내다보니 현학적이 되기도 합니다만, 읽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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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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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모임, 외식, 행사, 여행 등은 연기하거나 취소하기'. 지하철 역사 내에 코로나 19에 대처하는 국민행동지침이 울려 퍼진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 행동지침을 국민들에게 권유하지 않는다. 다만 명령을 할 뿐이다. 자유나 권리라는 단어는 바이러스라는 공포 속에서 그 의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자유나 권리라는 단어를 지워버리고 우린, 거리낌 없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한다. 정신적인 불안과 물리적인 갑갑함은 때때로 마녀사냥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린 중국인들, 신천지 교인들, 성소수자들에게 손가락질하면서 그들을 처벌해달라고 했다. 떠올려보면 우리는 지난 20세기 후반에 자유와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했었다. 북한이라는 공포를 주입시키던 권위주의 정부에 목숨을 걸고 저항했었다. 단결하는 민중은 힘이 셌다. 희망, 그것은 늘 민중에게 있었다. 가깝게는 촛불집회에서 우린 희망을 다시 경험했다. 하지만 촛불집회를 통해 권력을 승계한 정치가들이 앞다투어 집합을 금지시키고 있다. 물리적인 장소에 모일 수 없는 민중은 무기력하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의 안위를 위해서 가상 공간에서만 모이라고 한다. 권력은 물리적인 장소에서 행해져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개인을 격리라는 명분으로 가둬버린다. 우린 그것을 우리의 국가, 공동체를 위해서라고 믿고 있다. 권력은 경험을 통해 점점 교묘하게 자신을 숨기게 되었다. 적이 있다는 것은 추종자들을 단결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북한이 이제 회담의 대상이라면 적은 다시 일본이다. 민중들이 마음껏 그 추상적인 대상을 증오하도록 내버려두라. 외부의 적이 잠잠해졌다면 내부에라도 적을 만들어라. 보수 언론도 좋고, 우파 꼴통도 좋고, 아니면 검찰이라도 좋다. 하지만 직접 공격을 지시할 필요는 없다. 다만 모두가 자유의지로 정의를 선택했다고 믿게 만들어라. 바이러스 증세가 의심되는 이웃을 격리시키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동료를 비난하는 것은 우리에게 뛰어난 시민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가 서울에 사는 많은 민중들은 이미 부자들이 아닌가. 10억이 넘거나 가까이 되는 아파트를 다들 한 채씩 가지고 있지 않나. 하지만 실제로 우리 삶의 수준은 그대로다. 아니, 우린 삶의 수준 같은 단어를 잊은 지 오래다. 다만 우린 훌륭한 방역 시스템을 갖춘 국가에서 사는 것이 다행일 뿐이다. 나는 언젠가 죽게 될지라도 대한민국은 불멸한다. 우린 한국인이므로 국가와 민족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출처] 1984 (리바이어던)|작성자 kenoh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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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하나 그리고 둘 : 스카나보 풀슬립 1,000장 넘버링 한정판 - 정성일 영화평론가 코멘터리 수록 / 부클릿(32p) + 캐릭터카드(4EA) + 엽서(5EA)
에드워드 양 감독, 오념진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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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이빗 로워리의 '고스트 스토리'를 먼저 보면 좋다. '하나 그리고 둘'에서 관객은 인물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우린 팅팅의, 양양의, NJ의 곁에서 그들이 보는 것을 함께 보거나 먼발치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게 전부다. 우린 유령이 되어 아디와 샤오얀의 결혼식풍경을 바라본다. 하객들이 기념촬영을 한다. 여자아이들이 양양의 머리를 번갈아가며 찌른다. 양양은 뒤를 돌아보지만 결국 자신의 뒤를 볼 수는 없다. 다시 결혼식장으로 돌아가 윤윤이 할머니에게 자신이 며느리가 되지 못했다며 사과하는 장면을 본다. 아디와 샤오얀과 윤윤, 이 셋이 이루는 구도를 팅팅과 NJ 역시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NJ는 아디와 샤오얀의 결혼식 사진을 들고 온다. 팅팅으로부터 할머니가 불편해하신다는 말을 듣는 NJ는 결혼식 사진을 뒤집어진 채로 테블릿에 세운다. 검은 화면에 오프닝 크레딧이 나온다. 하지만 샤오얀을 찾는 윤윤의 목소리는 그대로다. 어쩌면 우리의 유령은 눈을 감아버렸는지도 모른다. 눈을 감아도, 말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우린 그들이 여전히 거기 있다는 것을 안다. 하나 그리고 또 하나. 아디가 하나라면 샤오얀은 다른 하나다. 샤오얀이 하나라면 윤윤은 다른 하나다. 윤윤이 하나라면 팅팅은 다른 하나다. 누가 하나이며 누가 다른 하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하나와 다른 하나가 서로 교차하게 될 때 사건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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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라이프 오브 파이 - 아웃케이스 없음
이안 감독, 이르판 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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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의 사이에서, 혹은 이 종교와 저 종교의 사이에서 질문은 계속 되지만, 결국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것은 우리의 인식 뿐. 그 인식 속에 그려진 환상(representation)을 우린 기억이라고 써나가다가 결국 그 기억마저 지워버린다. 기억이 곧 카르마(業)를 낳을 것이며, 그 카르마에 갇힌다면 결코 신(神)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계라는 망망대해 위에서 싸워나가면서 우린 결국 이해(理解)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릴 공포에 질리게 했고, 제압해야만 했지만, 결국 우릴 지금까지 살도록 해주었던 유일한 적(敵)이자 친구는 바로 우리 자신(cogito)이었음을 말이다. 그리고, 오직 자아(自我-아트만)를 통해서야만 신(神-브라만)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을, 그 자아가 사라질 때, 비로소 그(?)가 말한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고 한 뜻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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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 아웃케이스 없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콜린 파렐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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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휘자가 각 악기들의 소리를 조합해서 음악을 만드는 것처럼 존 앤더튼은 예지자들이 본 영상들을 조합해서 사건을 만든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 울려 퍼진다, 조금 뻔하지만 이건 스필버그의 영화이다. 앤더튼은 프리 크라임을 감사하러 온 워트워를 향해 테이블 끝으로 공을 굴려 보낸다. 공은 땅으로 떨어질 것이고, 그걸 미리 알고 있으면 공을 잡아서 떨어지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앤더튼은 왜 공을 움직이게 했으며, 그 앤더튼을 움직이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프리 크라임은 예비 살인자를 찾아서 체포한다, 그러면 살인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예지자들은 미래를 본다, 예언이란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가 바뀐다, 미래가 현재가 되지 못한다면 그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 어쩌면 꿈과도 같다, 예지자들이 보는 영상이 조합되면 사건, 그리고 이야기가 된다. 그들의 꿈은 우리의 꿈과도 같다, 우리 기억 속의 영상이 조합되면 사건, 그리고 이야기가 된다. 우리가 과거를 믿는 방식대로 예지자들의 미래는 실제(reality)로 받아들여진다, 우리가 과거에서 고통 받듯이 예지자들은 미래에서 고통을 받는다. 그래서,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보는 것(vision)에 대한 영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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