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길 잘했어
김원우 지음 / 래빗홀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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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 좋은 이유는 밤새 나열해도 끝이 없지만

이 책과 관련된 것을 딱 하나 골라보자면 이렇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 다다를 수 없는 미래를 오가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


그러므로 그 시간선을 오가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과거의 상처와 미래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소설 속 인물에게서 나와 닮은 점을 찾아내면

위로가 되기도 하고 거울치료가 되기도 한다


사랑은 자해야 그렇지만 사랑은 최고야 하는

모순적 사고를 갖고 사는 데다가 SF 팡인인데


사랑을 동력으로 미래부터 과거까지,

또 우주에서부터 너의 눈동자까지 뻗어나가는 이야기들을

좋아하지 않을 만한 면역은 전무하다


.


언젠간 알고리즘이 낙관적 허무주의 영상으로 이끈 적이 있다


어차피 우린 다 죽을 것이고 세상은 종말할 것이다 = 허무주의

그렇다면 흑역사도 언젠간 지워진다 우린 뭐든 할 수 있다! = 낙관적 허무주의


허무주의적 사고가 뇌를 갉아먹는 게 참 무서웠는데

낙관적 허무주의는 현실 기반이면서도 긍정적이라 꽤나 매력적인 것 아닌가!


어차피 모든 것에 의미가 없다면

반대로 그 모든 것에서 스스로 자유롭게 의미를 찾는 삶


<좋아하길 잘했어>는 낙관적 허무주의 그 자체다


.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이 언젠간 나를 슬프게 할 거라는 막연한 불안감과

끝이 정해져 있어도 똑같이 사랑할 거냐는 의미심장한 물음들이 있다


우리의 삶도 이 세계도 언젠간 끝이 난다는 건 매한가지다

길고 짧음의 차이일 뿐 결국 모든 게 끝으로 수렴하는

미래가 정해져 있다는 건 참으로 서글프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있나

지금 아무리 먹어봤자 곧 다시 배고플 거라고 밥을 굶을 건가?


사랑이 다 소화돼서 없어지는 한이 있어도

할 수 있는 동안 끝내주게 하는 삶을 살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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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의 소설과 수현의 편지를 더 길-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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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리뷰어로 선정되어 래빗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타임머신은 상상력을 동력으로 하는 인간의 두뇌가 유일하고,

"이 비싸 보이는 크리스마스트리는 뭐예요?"
"시제품이에요."
"뭐의 시제품이요?"
"타임머신이죠."

혁명이라는 단어는 아무 데나 갖다 붙여도 대충 말이 되면서도 맥락에 맞지 않을수록 웃겼다. 무엇보다 그 단어를 내뱉는 것 자체가 강력한 해방감을 줬다.

왜 살려고 하는 행위들은 이렇게 멋이 없을까. 왜 삶이란 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자기를 파괴하며 곧 죽을 것같이 구는 게 멋있어 보일까.

내 인생은 원하는 것을 좇기보단 참을 수 없는 것에서 멀어지며 여기까지 굴러왔다. 나아가는 게 아닌 밀려나는 삶. 나의 연료는 미래에 대한 낙관보다는 현재에 대한 부정이었다.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그래서 그 실패를 끝이 아닌 과정으로 만들 것이다.

사랑. 사랑. 사랑. Q.E.D.

사랑은 가장 게으른 변명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모든 일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사랑이라는 핑계는 설득이 필요 없다. 이 만능의 단어는 스위스 군용 칼 같은 면이 있다. 온갖 곳에 유용하지만 그저 품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할 뿐,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계획을 짠다는 건 실패를 연습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대결에서 시간의 편에 서길 선택했다. 비록 그게 광폭하게 흘러가는 미지의 시간일 지라도.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지만, 괜찮다. 짝사랑은 내 전문이다.

나는 이제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두려워.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워.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잃을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 언젠가는 너를 잃게 될까 봐 두려워.

이 편지가 너를 찾아가지 못할까 봐 두려워. 물론 집배원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겠지만 나는 그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수백만 가지의 재난들이 두려워. 이 편지가 결국 너를 찾아낼까 두려워.

언젠가 내가 너에게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하고 물었을 때 너는 당연하다는 듯이 평생이라고 대답했었지. 나는 여전히 그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때의 네 대답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

만약 우리가 서로의 장례식에 가게 된다면 정말 멋진 일일 거야. 그건 우리가 죽을 때까지 친구였다는 뜻이니까. 말 그대로 평생인 거지. 우리 꼭 장례식에서 만나자. 그때까지 오래 오래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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