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비실
이미예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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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이상한 사람 하나씩은 다 있지 않나요?

특히 탕비실 희한하게 쓰는 사람들


있으면 차라리 다행입니다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럼 본인이 바로 그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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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이든 연프든 일반인들이 대거 출연하는 리얼리티 합숙 프로그램들이 매일같이 쏟아지는 요즘

이런 걸 아예 안 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나도 원래 이런 류의 프로그램들은 유행을 하든 말든 안 보는 주의였는데 한 번 보기 시작했더니 어느새 팡인이 됐다

이미 나와있는 것이며 나올 예정인 것까지 수두룩해 그저 즐거움이 끝이 없는 티빙 같은 삶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간 봤던 여러가지 서바이벌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빌런'이다


첫 회차에 나 빌런이요 소리치는 출연자는 거의 없다

합숙한지 며칠 지나고 회차를 거듭할수록 빌런의 씨앗이 보이다가

결국 어떤 거대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 부분이 꼭 화제가 되곤 한다


사람을 가둬놓으면 좀 이상해지나?

아니면 원래 이상했던 사람이 가면을 벗은 건가?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저렇게(?) 됐을까?

저 사람은 본인이 이상하다는 걸... 알까?


보통 그런 장면들을 보다보면 위와 같은 의문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익숙하게 보던 사회성을 발휘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빌런의 존재가 너무나도 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예 발상의 전환으로 싸그리 몽땅 빌런들만 모아놓은 서바이벌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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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아 내가 이상하다는 거

vs

내가... 이상해?



책에는 크게 나누자면 이 두 부류의 빌런들이 등장하는데 서바이벌까지 갈 것도 없이 그냥 주변에 있는 도무지 이해 안 가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해봐도 좋다


사람 싫으면 답 없다 퇴사하라는 말이 비일비재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모 아니면 도로 나뉘지 않으니까


이상하고 싫은 사람과 한 공간에서 어떻게 지내야 할지 어떻게 하면 내가 죽거나 저 사람을 죽이지 않고 오늘 하루 무탈히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작은 꿀팁 정도?


미지의 괴물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시스루 괴물을 상대하는 게 더 쉬우니까


그런데 진짜 괴물은 누구일까?


끝까지 다 보고 나니까 일본 영화 괴물을 보고나서 떠올랐던 의문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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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은 결국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시스템인데

사실상 프로그램을 쭉 보다 보면 우승을 누가 했고 최종 커플은 누가 됐고 뭐 이런 마무리는 그다지 중요하지가 않다


누가 됐든 결국 정해진 결말이라 어쩐지 김이 빠지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건 달려가는 내내 보여주는 과정들인데 바로 이 부분을 책에서 아주 정확하게 캐치해서 보여준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최소 일주일은 촬영하고 다회차로 편성이 되니까 호기심에 다가온 뉴비들도 회차에서부터 진입장벽을 느끼곤 한다


도대체 그런 걸 왜 만들고 왜 보는 건지 궁금해도

그 긴긴 시간을 들여 직접 체험하고 싶지는 않고

쇼츠로 봐도 앞뒤 서사 모르니 이해도 안 되고

어디서 살짝 제대로 찍먹해볼 수는 없나 두리번거렸다면


한 시간 내로 털어낼 수 있는 얇은 볼륨

하지만 담긴 내용은 인류사 다큐 그 자체


일반인 리얼리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이 책

심지어 <달러구트 꿈 백화점> 작가님의 신작인 이 책!

<탕비실>을 강력 추천한다


오락성만 짙을 거라 생각하고 펼쳤던 책을 보며 좋은 측면으로 여러가지 환기도 하게 된 뜻깊었던 독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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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모집 이벤트에 선정되어 한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나는 살면서 싫어하는 사람을 더 알아보려고 한 적이 없었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쉽지만 정말로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건 어렵다. 나는 이 게임이 단순히 탕비실에서 열리는 진상 콘테스트가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출연자들의 광기는 목요일 아침에 절정에 달했다.

낮의 공용 공간에 한밤 중에 혼자 있는 건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감점을 너무 크게 당하면 가산점은 있으나 마나한 거예요."

내 얼굴엔 순간순간 느꼈던 감정이 분명하게 서려 있었지만, 그건 편집자의 관심 밖에 있었고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시선에서는 사소한 배경으로 뭉뚱그려질 뿐이었다.
나는 내 마음의 무게가 드러나지 않음에 감사하면서도, 그간 봐왔던 수많은 방송들 속에서 나는 과연 보려고 마음먹은 것을 본 건지, 누군가 보여주려고 마음먹은 것을 덥석 건네받았을 뿐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등장하는 인물 중 그 누구도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받은 적 없고, 타인을 이해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우리가 그저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 흔히 그러하듯이.

좋은 싫든 이유를 알면 좋으련만, 영문을 모른 채 싫은 사람으로 낙인찍힌 주인공은 줄곧 ‘내가 왜 싫은지‘를 생각한다. 그만한 지옥이 없다.

우리 모두는 이들을 조금씩 닮아 있다. 삶에서 내가 정할 수 있는 건 삶을 어떻게 대하느냐뿐이라고 했던가. 싫어하는 대상의 기분을 한 번쯤은 상상해보는 것. 나는 단지 그 정도로 싫음을 대하기로 했을 뿐이다. 그러고 나서 늘 토하듯 뿜어냈던 싫음의 감정이 얼굴은 찌푸려질지언정 조금은 소화가 되었다고, 단지 그 말을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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