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평점 :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 앞에서 멈춘다고 했던가
기본적인 욕구와 욕망 또한 마찬가지 아닐지
.
이 책에서 말하는 '정욕'은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일반적인 뜻이 아니라 '바른 욕망'을 뜻한다
소설 속에서 인물들이 자신의 욕망과 마주한 뒤 때로는 그것을 부정하고, 때로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표출하는 심오하고 세밀한 심리묘사가 인상 깊었다
책 속에서 기기괴괴한 욕망들이 등장하는 데에 반해 작가는 욕망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인간 본성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우리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 욕망이 인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여러 시점을 핑퐁핑퐁 오가며 내용이 전개되고, 각자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겪는 내적 갈등과 외부적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재미가 있었다
여러 등장인물들은 각자 다양한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바른 욕망'을 향한 내적 갈망과 고뇌가 자리한다
.
인간 내면은 대부분 썩었을 거라고 보통 생각만 하지 이걸 대놓고 뒤집어 까서 탐구하는 건 쉽지가 않다
범죄스릴러물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단편적으로 범죄자들을 보면 곧장 뭔가 이상한데? 싶을 때가 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매우 다면적이다
뒤틀린 욕망을 가감 없이 표현해 사람을 정말 불편하게 하고 주장하는 바 자체가 금기를 깨는 만큼 인상 쓰게 만들어서 그렇지
현실에서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한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긴 어려울 것 같다
.
책에 담긴 메세지가 다층적이라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보게 되는데
특히나 인간 본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고 안 그래도 그 주제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심오해지는 와중에
욕망이 개인과 타인의 삶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일반적인 것과 정상성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다양성은 어디까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인지,
또 사회적 금기가 개인의 정체성과 욕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기타 등등 온갖 생각이 휘몰아치게 된다
이토록 머리가 아픈 문제적 작품이라는 점에서 해설의 타이틀 '아사이 료는 고약하다'에 너무나 동감한다
.
<정욕>은 이달 말에 영화로도 개봉하는데 이 복잡다단한 심리묘사가 어떻게 스크린에 구현됐을지 극장에서도 한 번 다시 보고 싶어졌다
.
- "나, 참 이상하지?"
-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욕구에 시달리며 사는 사람은 많아."
- "특수한 욕구를 지녔다고 해서 뭐든 해도 된다는 건 아니야."
- "다양성이라고 떠들면서 한 방향으로 우리를 끌고 가려고 하지 마."
- "선택지가 없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지. 노력 안 해도 그만이고 계속 그렇게 나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라고 한탄하고 있으면 되지."
- "그렇게 전부 태어난 탓으로 돌리고 자신이 제일 불행하다고 말 하면 그만이지."
- "좋겠어요.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인생은."
- 당신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당신이 상상하는 사람과는 전혀 달라.
- 이야기의 힘은 난관을 만났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이념이 막다른 길에 이르고 논리가 파탄났을 때 사상이나 학문은 거기서 멈출 수밖에 없겠으나, 소설은 더 나아갈 수 있다. 모순을 안은 채 그래도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모순도 보이지만, 또 다른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
.
.
서평단 모집 이벤트에 선정되어 리드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정욕 #바른욕망 #아사이료 #민경욱 #리드비 #일본소설 #책추천 #서평단 #서평 #책스타그램 #책리뷰 #책후기 #북스타그램 #독서 #독서그램 #독서기록 #正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