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 만든 천국
심너울 지음 / 래빗홀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현대 마법공학은 영혼들의 무덤 위에 세워졌어요."


이 익숙한 기시감이라니!


마법공학이라는 판타지가 묻은 단어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거나 손쓸 도리 없이 퍼지고 있거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거나 하는 현대사회의 무분별한 여러 요소들 중 어떤 것으로 치환하여도 어색하지 않다


이 세계관에서 마법의 원천으로 명명된 '역장'이라는 단어 또한 마찬가지이다


각기 다른 사정에 놓인 캐릭터들이 본인의 영혼을 갈아서 만든 천국에 정작 본인 자리는 없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내리는 다양한 선택으로 희비가 교차한다


무엇이든 1세대는 그저 프로토 타입일 뿐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아


무수한 영혼과 피를 즈려밟고 저벅저벅 나아가는 발전이란 참 모순적이구나


.


애매한 재능은 저주나 다름 없다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담길 그릇 사이즈와 맞지 않는 재능, 환영 받지 못 하는 재능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아서 제법 슬프다


분명 잘 찾아보면 다 올바른 쓰임새가 있을 텐데 그걸 잘 찾아볼 수 있는 시간적 물질적 여유 같은 건... 디즈니 세계관에서나 준다고요😂


사실 곧 온다 온다 하는 특이점이랑도 비슷한 것 같아서 오히려 난 이런 마법 세계관에 태어났다면 꽤나 무력하게 염세주의에 빠졌을 것 같다


하필 병렬독서로 <아비투스>를 함께 읽던 중이라 21세기에도 여전히 뚜렷한 계층구조가 존재한다는 게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이제 타고난 재능이나 노력만 가지고는 처음 주어진 계급에서 훌쩍 점프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든 사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200프로 판타지와 2000프로 현실의 조화가 너무나도 인상 깊었던 <갈아 만든 천국>이 보여주는 씁쓸한 보랏빛🔮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