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이렇게 직접적으로 [살인]이란 제목이 들어간 소설에는 왠지 거부감이 인다.

분명 미스터리 스릴러, 허를 찌르는 반전이 나올것이다. 그건 다 안다. 하지만 이렇게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목의 강렬함으로

나의 기대감과 허무함은 반반씩 공존하며 소설을 읽어나가게 되니까,...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살인의 해석,

누군가가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과 비슷하다고 해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읽는내내 너무 어려워서 다시 읽고 또 읽고....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읽고 난 후, 마음에 멍자욱같은 것이 남아 생생하게 그 이야기를 각인시키는 매력적인 소설, 아니 매력적인 스밀라였다.

살인의 해석,역시 스밀라처럼 온갖 생각과 상상으로 머릿속을 복잡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해석]이란 단어가 붙었을만큼 편안할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친절한 해석과 다시 세익스피어를 집어들게 만드는 작가의 무한상상력. 다소 낯선 이야기의 오묘한 연결. 재미있다.

종반까지 긴장을 늦출수 없다, 라기 보다는 읽는 내내 아하~, 이런~, 와~라는 감탄이 절로나오는 이야기.

과연, 살인자는 누구인가.

 

추리소설을 읽을때 가장 큰 오류가

미리 살인자를 추측해버리는 것이다.

내이름은 빨강,을 읽으면서 내 멋대로 살인자를 추측해버리는 바람에,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을 두고두고 곱씹었던 기억이 있다.

살인의 해석, 도대체 누가 살인자인가,를 두고 여러명의 용의자를 내멋대로 추려가며 읽는 재미가 있었으나, 극의 종반부에는 왠지 힘이빠져버리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소설이다.

 

살인의 해석은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위태위태하게 걸어간다.

당시 미국의 사회현상과 모습, 유럽과 미국과의 관계, 종교와 이성과의 미묘한 어울림, 햄릿과 프로이트의 어긋나지 않는 감성의 연장선.

 

이야기를 다 읽고난 후에,

내가 마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또한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이 독백을,

To be or not to be,를 [있을것인가, 있지않을것인가]로 재해석하는 대범함까지 보인다.

 

있을것인가, 있지 않을것인가.

책장을 덮고난 후, 왜 이 소설의 핵심이 햄릿과 프로이트를 거쳐 살인의 해석으로 종결되는지를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센스를 보여주는

발칙한 상상력의 집합체.

 

 

 

살인의 해석,은 다시 읽기에는 어쩌면 모든 추리소설이 그렇듯 결론을 알고 난 후의 허무감으로 다소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꼭 읽어봐야 하는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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