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루
니시카와 미와 지음, 오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좋아하는 배우, 오다기리죠가 나오는 영화 유레루.

몇 번 케이블을 통해서 중간에 조금 보다 말고 보다 말고 했던 영화다.

얼마전, 유레루의 광고에, 무슨무슨 상을 석권한 영화, 라는 걸 보고

아 이 영화가 꽤나 작품성이 있구나 싶었다.

 

일본영화의 상당부분이 소설이 원작이란건 알고있었지만,

유레루역시 원작이 있는줄은 몰랐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요시다슈이치쪽을 헤매다가 발견한 유레루.

 

 

인간의 내면은 끝도없는 질문들로도 메울 수 없는 잔잔한 흔들림이 있기에, 그 내면을 표현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을 것이다.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형제의 모습은 조금씩 다가갈수록 손끝에서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건의 시작과 끝.

흐릿한 안개가 자욱한 길을 앞서가는 사람의 손끝만 의지하고 위태위태 걸어가는 느낌이랄까, 이 형제의 모습은 일순간 깡그리 무너졌다가도

어느순간엔 오롯이 제 자리에 앉아있는 오뚜기같은 모습을 하고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흔들림이 멈출때까지 마음일 졸이며 바라보아야만 하는 애처러움이 있다.

 

이야기 속 사건의 장소. 흔들리는 다리.는 소설을 읽는내내 위태위태 흔들리며 독자의 마음을 술렁이게 한다. 심지어 구토가 일 정도로.

어머니의 기일로 고향을 찾은 동생 다케루.  형이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는 그가 버린 여자 치에코.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형으로서 아들로서 사장으로서 성실하고 끈끈하게 살아가고 있는 미노루. 이 세사람의 어긋난 조우는, 각자의 마음속에 채울 수 없는 구멍을 만든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진짜 미노루가 치에코를 밀었을까,란 의문이 머릿속에 맴도는 이야기.

어디서부터 잘못되고 어디서부터 고쳐야 하는건지 모르는, 엉킨 실타래를 풀다가 풀다가 그냥 그대로 두자,고 포기해버리는 그런 관계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안에서 곪아 썩어도 선뜻 그 관계를 개선하기위해 목소리를 높이는게 어려운 관계가 바로 가족일지도.

치에코의 죽음으로, 귀찮은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 짐짓 시선을 피했던 다케루도, 그녀를 붙잡는 미노루를 격하게 몰아쳤던 치에코도, 모든것을 빼앗기고 있다는 피해의식 혹은 잠재되어있던 분노가 일순간 그를 강타해버려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미노루도.

어쩌면 언제가는 벌어질 일이었다.란 생각이 든다.

딱 한번 나오는 미노루의 이야기는, 답답하고 침울한 그의 모습이 연상돼 자꾸만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왜 그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는가, 왜 그는 그토록 흔들리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했는가. 왜 그는 그녀를 밀쳤는가.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3자의 눈으로 본 형제의 모습이다.

형, 형, 애타게 형을 부르는 중년남자의 외침이 머릿속을 관통하는 것 같다.

둘은 마지막에 어떤 재회를 했을까.

7년이란 시간동안 서로에게 조금은 더 다가갔으리라.

 

 

 

영화에선 그 섬세한 떨림을 어떤식으로 표현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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