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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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슈이치라면,

무조건 좋아하니까.

 

이 사람의 소설을 읽다보면, 참... 지루하단 생각이 들면서도 역시 난 이사람이 좋다는

똑같은 자리를 반복할 수 밖에 없고 한 치 앞도 더 나아가지 못하지만 불만없이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마는 시계바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씁쓸한 기분이 든다.

 

악인.

정말 요시다슈이치가 썼는가, 란 의문이 들 정도로

초반엔 놀라움과 낯섦에 혼란스러웠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인간들의 심리가 너무 한꺼번에 쏟아져나와서 어질어질했다. 대체 왜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의 독백이 필요한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마치 뉴스스페셜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

다음 내용이 궁금하면서도 이런 징글징글한 살인에 대한 막연한 감정이 복받쳐올라 손에서 책을 놓게 되었다. 한동안은 처음부분을 전전하면서 놓았다 놨다를 반복하면서,

간간이 인터뷰 형식의 이야기가, 왜그리도 매력적인지...

꼭 공지영의 우행시를 보면서 블루노트를 빨리 읽고 싶어서 단숨에 페이지를 넘겨봤던 걸 기억해내며 미소짓는 흐믓한 마음으로, 또다른 인터뷰가 언제 나올지를 찾고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미쓰요가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를 떠올리는 이야기 중에서

씨디를 사러 들어갔다 나왔더니 자전거 바구니에 빈 깡통이 버려져 있었고, 그녀는 울었다,는 장면에서 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울컥하기까지 했다.

예전에 힘들어하는 친구랑 캔맥이라도 마시려고 편의점에 다녀왔더니, 친구의 자전거 바구니에 누군가 초콜릿 쓰레기를 한가득 버려 놓은것이다. 그날은 밸런타인 데이였고, 친구는 갑자기 울었다.

내 앞에서 엉엉 울었다.

난 웃으며, 어떤 위로를 해줘야할지 몰라서 그냥 멀뚱히 서 있었다.

참 이상하지, 뭐가 그리도 서러웠던걸까. 그녀에겐.

그런데, 알것같다. 진심으로.

 

그래서 난 이 작가의 이야기가 좋다.

 

누구나 피해자가 되고싶어한다,는 말처럼.

누구나 악인이 아닌, 악인의 피해자가 되고싶어 한다.

지금 당장 거짓말을 죽이지 않으면 진실이 죽임을 당할 것 같아 두려웠다, 고 말하는 유이치를 누가 악인이라며 몰아세울 수 있겠는가.

 

 

아직도 마지막 유이치의 독백은 의문스럽다.

그의 진심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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