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이라 이름이 어려워 마인드맵을 활용해서 초반부만 정리해가며 읽었다. 이름을 외우려고 무의식중에 애쓰지 않고도 인물들의 관계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에는 유독 결핍이 있는 인물들이 많다.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지옥에서 살아간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어른이 된 인물, 재능이 없어 좌절하는 인물, 부모의 사랑도 재능도 가져본 적 없는 인물, 부모의 기억조차 가져보지 못한 인물이 나온다. 많은 인물들 중에서 나는 어디쯤 서 있을까? 작가는 저기 어디쯤 숨어 있었던 걸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끝으로 이 소설은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소설이다. 유명한 일본 소설은 거의 섭렵했다고 자부했는데 그럼에도 이 책에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었다. 먼저, 조경사라는 직업에 대한 소재가 새로웠다. 오늘날의 서양식 정원이 아닌 요즘 사라져가는 일본 정원을 고수하는 자부심과 3대째 조경사라는 직업을 대물림하는 장인 정신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잘 알지 못했던 조경사라는 직업에 대해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조경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데 편집을 정말 잘했다. 거기다가 초반부터 전개가 빨라서 금세 빠져든다. 13년 전 있었던 사건에 대해 계속 궁금증을 유발하고, 개연성도 놓치지 않으면서, 감정선이 과하지 않은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기민한 독자라면 문장들 속에서 느껴지는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주목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소설을 평소에 좋아하고 일본 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그리고 인물들의 '결핍' 속에서 '나'를 마주할 용기가 있는 독자라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적극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