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 - 아르항가이 초원의 어느 여름 이야기
비얌바수렌 다바.리자 라이쉬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유목민 가족이라고 하면, 문명과 전혀 동떨어진 사람들이 척박한 자연 환경 속에서 살면서.. 그리고 검소하고 소박하고..그런 삶을 사는 특별한 사람처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도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이고, 그들은 오히려 우리보다 더 풍족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는 오리엔탈리즘과 발전주의의 신화로 얼룩진 몽골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오래된 미래>와 같은 외부의 시선으로 관찰한 문화 이야기도 아니다.

<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는 몽골인 저자가 몽골의 언어로 몽골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있는 책이다. 겉보기에는 그냥 알록달록한 사진책이나 여행서처럼 보이지만, 한 문화 공동체의 언어의 자산이 풍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편의 문학작품이다. 영화감독이라는 저자의 언어 표현력이 국내의 유명한 소설가들보다 훨씬 더 예술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저자의 능력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들의 전통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그들의 문화에서 가능한 일이라는 느낌이 든다.

몇년 전부터 인도 기행서와 같은 책들이 유행이지만, 그런 책들은 결국 외부자의 시선에서 볼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다른 나라를 구경하고 왔다는 생각이 들기 보다는, 우리 자신 안에 숨어 있던 이야기들을 다시 기억하게 된다. 
아쉬운 것은 이 원작인 영화를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었는데, 배급사를 못 찾았는지 개봉을 안 하고 있다. 영화보다는 책이 훨씬 더 좋은데, 책도 그다지 눈에 띄는 곳에 있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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