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 -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심상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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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에 나온, 기억에 남는 일화 하나.

심상정 의원이 국회의원의 연금을 제한하는 법률에 관한 발언을 할 때마다, 뉴스를 본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온단다. 평소에는 딸이 하는 일에 별로 관여하지 않는 어머니지만, 이 법률만큼은 애써 말린단다. 모아둔 돈도 없는데, 연금마저 못 받으면 노후에 어쩌려고,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국회의원 심상정의 청렴함, 혹은 진보 정치가 지향해온 바를 보여주는 일화다.

남들에게까지 그렇게 청렴결백한 삶을 살라고 권하기에는 속물적이고 세속적인 욕망이 넘실대고 그걸 드러내는 것이 별 흠도 아닌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사리판 같은 우리 정치판을 생각하면 어느 현역 국회의원의 글에서 이런 대목을 발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특히 책에 소개된 대로, ‘철의 여인’이라 불릴 만큼 강건한 이미지의 여성 정치인에게서 그런 유머러스한 사람 냄새를 발견하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다.

사람으로서의 심상정을 발견하는 재미가 충만한 책이지만, 그가 몸담아왔던 진보 정치의 현실을 생각하면 그렇게 즐거운 독서만은 아니었다. 제목마저, ‘실패’를 말하고 않나. 자기 저서를 내면서 덤덤히 실패를 언급하는 것은, 정치인 심상정의 또 다른 종류의 ‘청렴’의 결과이겠지만,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실패가 명명백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실패했을까. 심상정은 과장도, 변명도 없이 그 과정과 결과를 차분히 설명한다. 그리고 그 실패로부터 정확히 무엇을 건져내야 하는지 정확히 설명한다. 마치 남들은 다시 쳐다보려 하지 않는 시험지에서 기어이 오답노트를 작성하듯. 그리고 그 오답노트에는 한국 진보의 지나온 역사가 빼곡히 담겨 있다.  

그러니 한국의 진보를 알고 싶다면, 그냥 심상정이라는 책 한 권만 읽어볼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이 어느 정당과 정치의 논리로만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현실의 정치’를 통해 어떤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적어도 실현하고자 꿈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진보의 교과서이자, 정치의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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