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고 도서관에서 어슬렁거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반길 만한 책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처럼 이제 도서관도 당당히 산책 코스가 되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서관 산책’ 만큼 근사한 취미도 없을 것 같다.

저자들은 도서관 곳곳을 잰걸음으로 돌아다니며 ‘도서관 산책자’의 의미를 스스로 정의해낸다. 산책자라고 했지만, 그냥 어슬렁어슬렁 한가로이 거닌 책은 아니다. 한 도서관을 갈 때마다, 도서관 관장도 인터뷰하고, 건축 비평도 하고, 고문서자료실에 들어가 옛날 신문이랑 자료도 뒤적뒤적하고, 이용자들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교양 프로그램도 뭐가 있나 하나하나 들춰보고, 마당도 나와서 한바퀴 돌고 틈틈이 사진도 한 가득 찍어왔다. 저자들이 종종대며 부지런히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얻은 깨알 같은 정보들이 쏠쏠하게 있다.

그래도 산책자라는 제목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책의 역사나 역할, 미래, 가치 등에 대한 깊은 사색이 켜켜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 산책이 미술관 산책이나 박물관 산책과 다른 점이 여기 있다. 저자들의 사색뿐 아니라, 알베르토 망구엘, 로버트 단턴 같은, ‘책에 대한 책’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사색의 결과물이 적절한 곳에서 풍부하게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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