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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마음들 - 분단의 사회심리학
김성경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평점 :
북한과 관련한 연구들을 상당히 많이 소개하고 있고, 또한 정동이나 습속과 관련한 정치철학서들도 많이 인용하고 있어서 그와 관련한 흐름을 개괄적으로 보고 참고하기에 좋았다.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느꼈던 좋은 점과 동일. 주석들을 좀 하나하나 살피면서 흥미로운 책은 장바구니에도 담고 했다. 토크빌의 습속 이론을 북한의 신소 제도와 연결시킨 것도 흥미로웠다. 다만 그 감정구조가 그래서 결국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되는지에 대한 사례나 설명이 없는 것은 아쉬웠다. 최근 후기 소비에트 사회의 정동을 다룬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을 읽었는데 그 책처럼 사례가 좀 더 풍부했으면 좋았겠지만, 사실 현재 북한의 일상 사례를 모은다는 건 아마 불가능할 것인지라;;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을 것 같다. 이후에 민중 사료에 대한 접근성이 좀 높아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수령이라는 절대적 존재를 정당화하고 당과 지도자의 노선과 정책을 규율화하기 위한 10대 원칙은 수행가능한 규범체계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결코 다다를 수 없는 포괄적 기준을 제시하여 모든 인민을 수령과는 구별되는 부족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p. 129)라는 부분은 후기 소비에트 사례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아서, 만일 내가 살아있는 동안(...) 북한 체제가 붕괴된다면 이에 대한 비교연구도 기대된다...
"분단 무감각은 평화에 대한 불감증의 자원이다"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학부 때 IR교수가 "위기가 계속되면 그게 위기겠냐"고 했던 말이 우아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좀 웃었다. 통일이라는 말보다 분단체제의 해체라는 말이 좋다고 느꼈고, 어쨌든 분단체제의 해체로 나아가기 위해서 북조선 인민들의 냉전 체제에 대한 거시적-역사적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했다.
그 외에도 이 책은 분단 현실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평양이라는 도시의 건설 및 재건설 과정이 북한 체제에서 어떻게 홍보되고 이용되었는가에 대해 서술하는 '평양 스펙타클과 북조선 인민의 정동' 파트. 사회주의 건축에 원래도 미약한 관심이 있었는데 이 책을 발판으로 좀 더 찾아볼 의지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