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세트 - 전2권 - 주교의 새 그루터기 실종 사건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아작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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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이 시리즈에서 가장 밝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작품이다. <둠즈데이북>과 <블랙아웃/올클리어>를 연결하는 다리에 있으며, 다른 작가 혹은 작품의 영향이 선명하다. 제목 자체가 제롬 K. 제롬의 <보트 위의 세 남자>에서 따온 것이며 내용 역시 <보트 위의 세 남자>의 패러디이자 그에 대한 오마주. 이 책을 읽기 위해 나는 미리 <보트 위의 세 남자>를 읽었는데 진짜 너무 웃겼다. 책 읽으면서 그렇게 낄낄 웃은 건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보트 위의 세 남자>를 읽은 후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읽으니 재미가 배가 되긴 했다. 그러나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이 시리즈에서 아가사 크리스트의 팬으로 나오는 여성 캐릭터가 둘인데, 그 중 한 명인 베리티는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의 주인공. 그리고 이 작품은 시간여행 SF인 동시에 추리소설 같기도 하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무너졌던 코번트리 성당을 복구하기 위한 슈라프넬 여사의 지시로 행방이 묘연한 '주교의 새 그루터기'라는 못생긴 물건을 찾아야 하는 네드 헨리는, 가볍게 떠난 빅토리아 시대로의 시간 여행에서 뜻밖의 상황을 맞닥뜨린다. 네드는 자신이 빅토리아 시대의 한 커플을 방해한 탓에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하는 조종사가 태어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다른 과제로 인하여 먼저 빅토리아 시대에 와있던 다른 역사학자 베리티와의 협업을 통해 팔자에도 없는 커플 매치에 나서게 되는데, 그 와중에 또 시간여행에 기술적, 이론적 의구심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시작된 시간여행에 대한 이론적 실험들은 이후 작품인 <블랙아웃/올클리어>에서 본격화 되면서 소설의 중심축이 된다.

로맨틱코미디 같은 요소도 가지고 있는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이지만, 이 소설 역시 "역사의 우연한 요소 하나라도 달라진다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가 승리하는 결과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라는 공포스러운 소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은 <블랙아웃/올클리어>의 직접적인 주제로 연결된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꽉 닫힌 해피엔딩이고, 베리티와 네드 및 다른 인물들은 평화롭게 살아갈 것이지만, '만약에 한 명의 조종사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이길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은 아주 많은 이야기들로 뻗어나갈 수 있다. 덩케르크에서 죽을 사람이 죽지 않는다면? 런던대공습 당시 폭격으로 사망했어야 할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가 살아난다면? 무너질 건물에 있지 말았어야 했던 사람이 그 곳에 있는 바람에 죽게 된다면? 그 모든 것에 시간여행 중인 역사학자가 개입한다면? 이것이 바로 <블랙아웃/올클리어>의 출발점이 되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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