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빠순이로서 어쩔 수 없이 알겠는 마음.

아폴로를 처음 만났을 때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주영은 수습 불가능한헤어스타일을 한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이었지만 아폴로를 처음 보고, 아니, 처음 듣고 인생의 소명을 알아버렸다. 저 사람을 벅찬 마음으로 따라가기 위해 태어났다고, 소명을 어린 나이에 아는 것은 사실 엄청난 행운이 아닌지.
"오빠는, 오빠는, 정말 눈부신 사람이에요. 언젠가 굉장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낯 뜨거운 고백이었으나, 되돌아가도 그렇게 토하듯 감정을 쏟을 것이 분명하다. 턱밑까지 찰랑찰랑 차올라서 어쩔 수 없었다. 요동치는 마음은 여전히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니, 당시 주영의 격찬에아폴로는 살짝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여기 공연도 고정이 아닌데 잘되려나."
"모든 사람들이, 전 세계가 오빠를 알아볼 날이 올 거예요. 그때가 되면옛날에 걔가 보는 눈이 있었구나 싶을걸요. 계속 곁에 있었으면 하지만요."
아폴로가 드디어 눈으로도 웃었다.
"고마워요. 오늘 그런 말을 듣는 게 정말 필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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