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투 원 - 스탠퍼드 대학교 스타트업 최고 명강의
피터 틸 & 블레이크 매스터스 지음, 이지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피터 딜.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로, 전세계 스타트업이 모이는 실리콘밸리에서 '마피아'로 불릴 정도로 막강 영향력을 지닌 손꼽히는 벤처캐피탈 투자자다. 이런 그가 2012년 스탠포드 대학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발간한 신간 <제로 투 원>은 출간하기 전부터 이미 온라인상에서 뜨거웠던 책이다. 피터 딜의 스탠포드 강의를 들었던 학생 '블레이트 매스터스'가 그의 수업내용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린 것이 조회수 100만을 돌파하면서 의도치않게 센세이션을 일으킨 덕분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세상이 뜨거웠던 당시 난 온라인 세상에서 가급적 멀어지고자 노력중이었기에, 지구 반대편을 뜨겁게 달군 이 책의 태생에 대해서 알지 못했었다. 그러다 2년이 지난 지금. 스타트업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마구 커지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책을 만났다. 역시 책은 개인마다 만날 시기가 다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내게 이 책은 지금이 만날 때였다. 

 

 

 


 모방과 창조. 경쟁의 이데올로기가 낳은 차이. 

<제로 투 원>에 담겨있는 여러 좋은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결론은 "경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기"라고 할 수 있다. 저자 피터 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당연하게 여겨져 온 "시장 경쟁"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세계 유명 회사들이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는데에는 그들이 "타사와 경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피터 딜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경쟁하는 것이 왜 나쁜가. 우리는 학창시절, "경쟁"이야 말로 자유시장경제를 이끌어가는 이상적이고도 현실적인 원동력이라고 배웠다. A와 B사가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 그러면서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은 좋아지고, 두 회사도 발전할 수 있다. 소비자는 더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독점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피터 딜은 우리가 배워왔던 이 모든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경쟁이란 경제학적인 개념도, 개인이나 기업이 마땅히 감당해야할 몫(혹은 불편함)도 모두 아니라는 것. 피터 딜에 따르면, 우리가 "경쟁"을 신봉하는 것은 거대한 "경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경쟁은 마땅히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때문에 너나 할것없이 똑같은 것을 가지고 싸우는 양산만 생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창조적 독점이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은 지속 가능한 이윤을 얻는 것이다. 경쟁이란, 아무도 이윤을 얻지 못하고 의미 있게 차별화 되는 부분도 없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P.50)

 

"경쟁 구도는 해묵은 기회를 지나치게 강조하게 만들고,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것을 그대로 베끼게 만든다" (P.56)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이 낫곘지만, 싸울 만한 가치가 없는 전쟁이라면 모두가 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략)... 경쟁자를 이길 수 없다면 합병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중략)... 가끔은 정말로 싸워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싸워서 이겨야 한다. 중간은 없다. 아예 공격에 나서지 말든지, 아니면 한 방에 끝내야 한다." (P.58-60)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경쟁의 결말은 공생이 아니라 공멸이며, 창조가 아니라 모방일 뿐이다. 1990년대 후반에 불었던 전세계적인 닷컴 열풍을 기억한다면, 피터 딜의 말은 전적으로 공감할 수 밖에 없다. 너도 나도 뛰어들던 닷컴 시장은 처음엔 엄청난 버블을 형성하며 외형적으로는 시장 확대를 이루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2014년 말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경쟁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 혹은 자기 회사만의 특장점을 희석화시키는 요인이다. 저자가 예시로 든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구글(Google)사의 경쟁 구도는 좋은 예시다. 물론 이 두 회사는 지금도 세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회사들이지만, 과거의 명성에 비해 (특히 MS사는)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피터딜은 이를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유해 설명을 하고 있다.

 

 

MS - 몬터규 가문   vs.  구글 - 캐퓰릿 가문

(OS 부분) - 윈도  vs. 크롬

(검색엔진 부분) - 빙 vs. 구글

(인터넷 브라우저 부분) - IE vs. 크롬

(사무용 응용프로그램) - MS오피스 vs. 문서도구 Docs

(태블릿 PC) - 서피스 vs. 넥서스

 

 

세계 최고의 컴퓨터 광들로 이루어진 두 가문은 처음부터 서로 충돌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피터 딜에 따르면 두 가문의 충돌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몬터규 집안은 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무용 응용 프로그램으로 승부하고, 캐퓰릿 집안은 검색엔진으로 승부하면 되었다. 그러나 점점 두 가문(회사)이 성장하면서 이들의 관심은 서로를 향했다. 그러면서 같은 분야에서 서로 경쟁하듯 제품/서비스를 생산했고, 그렇게 치고받으며 싸우는 사이 홀연히 "애플"이 나타나 두 가문을 제압해 버렸다.

 

2013년 1월 기준으로, 애플의 시가 총액(5,000억 달러)이 두 회사를 합친 총액(4,670억)보다 높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참고로 2010년만해도 애플의 시가총액은 이 두 회사의 '각각' 총액보다 낮았다)

 

만약 MS사와 구글이 서로에게 관심을 돌리지 않고 (서로 경쟁하지 않고), 또 다른 자신들만의 고유한 영역을 찾아 나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피터 딜의 말이 모두 맞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둘이 합쳐도 애플보다 회사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다행히 최근의 행보를 보았을 떄, MS와 구글은 나름의 경쟁을 벗어나 다시 독자적인 길을 가려고 하는 것 같아서 반갑지만 말이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경쟁'의 논리가 아닌, '독점'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큰 시장을 그리며 나아가는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큰 시장을 노릴 수 있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다. 특히 인력과 비용면에서 아직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작은 시장'을 노려야 한다.

 

<제로 투 원>은 말한다. "작은 시장을 독점하라"고. 독점과 경쟁은 기본적으로 양극점에 위치하는데, 창조적인 회사일 수록 독점에 가깝다. "나만의 특별한 것"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이들과 "차별화"되는 크리에이티브한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 회사는 다른 회사들이 이미 지니고 있는 것을 '모방'하지 않고, 자신만의 강점을 더욱 발전시켜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수다. 

 

이를 위해 피터 딜은 7가지 구체적인 요소를 나열했다. 2000년대 중반에 일었던 환경에너지 사업은 더이상 언급되지 않는다. 닷컴 버블만큼이나 허무하게 끝나버렸던 청정에너지 혹은 환경에너지 산업 버블은, 닷컴버블 당시의 회사들처럼 쓸데없는 경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오류는 덜 범했지만, 대신 독점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키워드를 갖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피터 딜이 <제로 투 원>에서 밝힌 성공 기업들의 7가지 요인은 다음과 같다. (Chapter 13)

 

1. 획기적 기술  2. 타이밍  3. 독점 가능성  4. 인력  5. 구체적 유통 방안  

6. 향후 존속성  7. 숨겨진 비밀 

 

 

신생 기업이라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처음부터 확실한 우위를 잡아야 한다. 기술적인 우위가 높으면 높을 수록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적어도 10배 이상 되는 "혁신적인" 것이 아니라면, 2-3배 정도 개선된 기술로는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이미 여기저기 광고가 넘쳐나고 있고, 광고의 과장된 언어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다. 단지 20~30퍼센트 우수하다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움"을 전달하긴 어렵다는 말이었다.

또한 시장의 수요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는데, 혹은 시장의 관심이 이미 시들해졌는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아마존'의 "킨들"이 대표적인 전자책 단말기로 알고 있지만, 킨들이 나오기 전, 소니와 파나소닉, MS 등 세계 유수기업들이 이미 킨들에 버금가는 우수한 단말기를 출시했었다.

 

 

 

         

 

 리브리에 (좌) vs. 킨들 (우)

하지만 그들은 소비자들의 인식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시장 상황을 보지 못했었다.​ 이들의 제품이 있었기에 킨들이 나올 수 있었고, 나아가 애플의 아이패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맞지만, 어쨌든 해당 제품과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잠재성" 뿐만 아니라 "시장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중요한 것은 두말하면 입아픈 소리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그것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사람이다. 그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 동시에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대로 팔 수 있는 사람,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토론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창조 행위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은 시장을 독점할 확률이 다른 곳보다 훨씬 크다.

유통과 관련해서는, <제로 투 원>은 이스라엘 전기 자동차 신생기업인 "베터플레이스 Better Place"를 예로 들고 있다. 기존 자동차와 다르게 친환경 에너지 사용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였지만, 제품의 우수성에 취한 베터플레이스는 마케팅 활동을 등한시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자신들의 제품이라면 저절로 팔릴 거라 생각한 오만함.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마케팅 전략을 제외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애플이 처음 아이폰 1세대를 출시할 당시, 그들이 기술력에 취해 마케팅/홍보 활동을 등한시했었다면 지금의 아이폰 열풍은 없었을 것이다. 마케팅을 했던 사람으로서, 21세기에도 여전히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기업이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요인은 "존속성"이었다. 피터 딜은 <제로 투원>에서 Chapter 5 장에서 뿐만 아니라, P.213에서도 "모든 기업가는 특정 시장에서 라스트 무버가 되겠다고 계획해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시장에서의 "선점효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주 지인을 만나 각자가 구상한 아이템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도 우리가 집중했던 것은 "차별성" 및 "선점효과"였다. 그런데 피터 딜은 시장의 "선점" 보다는 "마지막을 장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주장을 면면히 들여다보면 일부는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던 부분이 있었다. ​

 

"어느 시장에 처음 진입한 기업은 다른 경쟁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먼저 움직이는 것은 하나의 전략일 뿐 목표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미래의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따라와서 1위 자리를 빼앗는다면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라스트 무버가 되는 편이 낫다. 즉 특정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훌륭한 발전을 이뤄내어 몇 년간 심지어 몇십 년간 독점 이윤을 누리는 것이다." (P.80)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앞서 피터 딜이 내세운 2번째 요소인 "시장 적기성"과 연결한 주장이 아닌가 싶다. 선점효과는 있지만 아직 시장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을 때 들어가는 것보다, 조금 늦더라도 충분히 시장이 무르익었을 때 획기적인 기술을 들고 가서 단번에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 낫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즉,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개척자 최후의 승리자

 

 

​이에 대해 <제로 투 원>에서는 2000년대 환경에너지를 활용한 청정기술 기업들이 난무하던 시기, 뒤늦게 갑자기 나타난 "셰일가스"라는 복병이 2013년 미국 천연가스의 34퍼센트를 차지하면서 결국 시장을 지배한 것을 예시로 들고 있다. 또한 앞서 말한대로,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서 '리브리에'로 먼저 진출했던 소니를 밀어내고 '킨들'로 시장을 제패한 아마존의 승리도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라스트 무버"의 요건을 일부만 동의하는 것은, 그럼에도 개척자 = 최후 승리자가 되는 더 많은 사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시장의 현상을 과학공식처럼 정해진 공식으로 말할 수 없기도 하지만, 시장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그 시장을 선점하는데 성공했을 경우, 후발주자가 들어와도 그 후발주자는 '경쟁'에 매몰되어 도태되는 수많은 사례들을 설명하기에는 '라스트 무버' 논리는 충분치 않다. 그럼에도 결국 "시장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존속하느냐"의 문제에 있어, 반드시 "선점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숨겨진 비밀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즉 향후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들의 숨겨진 인사이트를 볼 수 있는 안목이라는 관점에서, 시기와 존속성과도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P.137에서 언급하고 있듯 "너무 간단해 보이는 것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통찰력만으로도 중요하고 가치있는 기업을 세울 수 있다"는 부분은 다른 요인들을 모두 아우르는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경쟁과 자본주의가 상극이라는 것. 경쟁이 이데올로기의 산물일 뿐이라는 피터 딜의 주장도, 생각해보면 남들이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하던 고정관념을 다시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비단 비즈니스에만 해당될까.

 

달걀을 직접 품어보려고 시도했던 에디슨,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무심히 넘겨버리지 않은 뉴턴, 기존의 음악 구성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새로운 교향곡 형식을 시도한 베토벤, 마찬가지로 당시 관습에 저행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그렸던 미켈란젤로 등.

 

숨겨진 비밀을 발견한 덕분에 학문, 예술, 경제, 정치 등 각자의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인물들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숨겨진 비밀'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논하는 것은, 그만큼 숨겨진 비밀을 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은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읽을 만한 책이다. 개인의 인생이든, 기업의 운영이든, 하나의 확실한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을 따라 7가지 요소를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지루하고도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처음에는 수익보다는 손해를 보는 곡선을 그리기 때문이다. (​P.113)

 

 

 

그래서 리더가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칭송하는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회사 조직을 완전히 통제하고 지배했던 리더였다. 봉건적 군주에 가까웠던 잡스 치하의 애플과, 민주적 방식으로 기업을 경영했던 전문 CEO 치하의 애플은 같은 회사였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천지차이였다.

"애플의 가치는 특정한 인물의 단 하나의 비전에 의존했다. 이 점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회사가 이상하게도 보다 '현대적인' 조직이 아니라 봉건적 군주제를 닮는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단 한 사람뿐인 독특한 창업자는 권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강력한 개인적 충성을 얻어낼 수 있으며, 몇십 년을 내다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훈련받은 전문가들로 채워진 비개인적 관료제는 얼마든지 길게 유지될 수 있음에도 오히려 시야가 더 짧다..... (중략)... (다만) 창업자가 알아야 할 교훈은 개인에 대한 명성과 칭찬은 언제든지 오명과 축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창업자들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P.244)

 

비단 애플 뿐이랴. MS사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창업자였던 빌 게이츠가 은퇴한 이후부터다. 결국 MS사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2013년 초, 빌 게이츠를 다시 불러들였다. 국내 기업인 삼성이나 현대도 마찬가지다. 결국 확실한 비전을 갖고 있으며 강력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리더의 존재유무는 기업의 영향력, 나아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리더가 흔들리지 않을때, 기업은 발전한다. 초기 손해를 보던 스타트업은 차별화된 기술과 적극적인 마케팅, 그리고 창조적인 인력들이 끈끈히 뭉친다면, 결과적으로 시장의 독점이라는 성공적 결과를 낳게 된다. (P.114) 형편없는 회사는 실패하고, 훌륭한 회사는 몇 배의 수익을 낸다는 기본적인 원리는 맞겠지만, 실제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회사가 도태하고 그보다 덜 훌륭한 회사가 살아남기도 하는 것이 시장이다. 거기엔 강력한 리더를 중심으로 한 확실한 비전, 제품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적극적인 마케팅, 숨겨진 비밀을 먼저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운이 받쳐줘야 하는 것도 물론이고.

 

그런 점에서 시장은 비논리, 비이성적이다. 예측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갖고서는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경쟁이 자유시장경제를 발전시키고 회사에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피터 딜의 <제로 투 원>이 담고 있는 많은 좋은 내용들은 "경쟁은 모방만 생산할 뿐이다. 시장에서 승리하려면 창조해야 하고, 창조는 시장 독점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경쟁보다는 독점하라!"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소수의 기업이 지구상의 수많은 기업을 모두 합친 것보다 월등한 실적을 내는 것은 그들이 "독점의 비밀"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거듭제곱의 법칙"이라고 표현한 저자의 말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또한 우리 모두가 시장을 지배하는 리딩기업/개인은 될 수 없더라도, 경쟁에 대한 개념을 재고하고 독점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확립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모방보다는 창조를 추구하는 것은 남들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흔들림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과정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좋은 책을 읽었다. 대학원 공부에,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첫 학기를 무슨 정신으로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과제에 허덕여 수면시간이 줄어들다 최근 한달간은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리던 중이었다. 이 책에 대한 리뷰 요청이 와서 과제를 마무리하고 뒤늦게야 읽을 수 밖에 없는 것에 양해를 구했을 때 기꺼이 받아주셔서 감사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지쳐버려서 이 책을 읽을 생각 자체를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아직 학기가 완전히 마무리 되지는 않았지만, <제로 투 원>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받은 기분이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이 말을 오랫동안 기억해야 겠다.

 

 

 

* 위 리뷰와 더 많은 리뷰를 보시려면 저의 네이버 블로그(http://jhwhjn.blog.me/)를 방문해주세요.^^

 

 

 

 

"창조적 독점이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은 지속 가능한 이윤을 얻는 것이다. 경쟁이란, 아무도 이윤을 얻지 못하고 의미 있게 차별화 되는 부분도 없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P.50)

"경쟁 구도는 해묵은 기회를 지나치게 강조하게 만들고,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것을 그대로 베끼게 만든다" (P.56)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이 낫곘지만, 싸울 만한 가치가 없는 전쟁이라면 모두가 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략)... 경쟁자를 이길 수 없다면 합병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중략)... 가끔은 정말로 싸워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싸워서 이겨야 한다. 중간은 없다. 아예 공격에 나서지 말든지, 아니면 한 방에 끝내야 한다." (P.58-60)

성공 기업들의 7가지 요인 (Chapter 13)
1. 획기적 기술 2. 타이밍 3. 독점 가능성 4. 인력 5. 구체적 유통 방안 6. 향후 존속성 7. 숨겨진 비밀

"누군가 따라와서 1위 자리를 빼앗는다면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라스트 무버가 되는 편이 낫다. 즉 특정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훌륭한 발전을 이뤄내어 몇 년간 심지어 몇십 년간 독점 이윤을 누리는 것이다." (P.80)

"단 한 사람뿐인 독특한 창업자는 권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강력한 개인적 충성을 얻어낼 수 있으며, 몇십 년을 내다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훈련받은 전문가들로 채워진 비개인적 관료제는 얼마든지 길게 유지될 수 있음에도 오히려 시야가 더 짧다"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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