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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모든 기록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간디서원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칠레에 대해 널리 알려진 정보는 가장 길쭉한 나라이다. 그 외에는 남아메리카에 위치해 있다는 정도이다. 이런 사실도 보아도 우리의 교육이 얼마나 미국 위주로 되어 있나 알 수 있다. 세계사에 등장하는 국가는 제국주의라고 불리는 나라들이다. 그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은 편향된 우리의 지도와 역사에 조금더 넓은 시야를 확보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껏 배운 나라들에 대해서는 별로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칠레의 모든 기록>이라는 영화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이다. 우리는 영화를 볼 때 2시간 앉아 보면 되지만 감독, 배우, 그 외 스탭들은 그 2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모른다. 왜냐면 누구도 안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보통 영화도 이렇게 각고의 노력으로 우리 앞에 선을 보이는데 이 영화는 이 노력 위에 목숨까지 내어놓고 찍은 영화이다.
감독 미겔 리틴은 칠레의 쿠데타로 망명한 사람이다. 그가 망명객으로서 조국인 칠레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의 정부가 잘못이다라고 자신이 가진 재주, 즉 영화로 모든 세계인에게 알리는 일이다. 그는 그것을 위해 '본래의 나'를 숨기고 '다른 나'로 변장한다. 외모, 말투, 국적까지... 그리고 칠레의 수도 산띠아고에 잠입해서 6주간 필요한 장소에서 필요한 장면을 찍는다. 그 도중에 쫓기기도 하고, '다른 나'로서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주변 친지들도 만나고,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이 나의 숨결이 가빠지고 그가 잡히지 않으면 안도의 숨을 쉬며 보았다. 그건 마르케스의 탁월한 글재주일 것이다.
칠레, 그 나라를 떠올렸을 때 피노체트, 아옌데, 네루다, 비올레타 파라라는 키워드를 생각난다면 우리가 이 나라에 대해 내 마음의 지도속에 이제 막 한 점으로 피어난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에 대해 관심이 넓어져 음악, 역사, 문학 등이 포함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진정한 길쭉한 나라로 태어날 것이다.
영화를 촬영하는 당시의 긴박함을 전해주는 글과 함께 영화의 시나리오, 그리고 감독의 영화관을 볼 수 있는 인터뷰가 있어 이 책은 칠레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영화를 공부하는 이에게도 유용할 듯 싶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국민들이 뽑아준 직책(대통령)을 포기하지 않고 장렬히 전사하여 영원한 대통령으로 남은 아옌데에게 고개가 숙여진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현실가 비교했을때는 더더욱 고개가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