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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열단 ㅣ 창비교양문고 3
송건호 / 창비 / 1985년 12월
평점 :
품절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다. 유럽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이러한 자의식을 지녔다. 우리네 살아남은 자들은 왜 이러지 못할까? 독립운동가들이 도리어 당당하게 살지 못하고 일정에 부역한 이들이 떳떳히 사는 세상, 큰 소리치는 세상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사회 풍토속에서 이 산하를 위해 무수히 죽어간 독립운동가들이 그 자취도 없이 잊혀져 가고 있다. 그 중에 <의열단>이라는 독립단이 있다. 자신의 목숨을 던져 우리 민족을 각성시키고자 한 사람들... 그들의 이름은 김원봉, 이종암, 박재혁, 최수봉, 김익상, 김상옥, 김시현, 구여순, 김지섭 등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이다.
이 책은 교과서에 실리는 애국지사들 못지않게 치열하게 활동한 이들을 살려내고자 저술된 책이다. 박태원의 <약산과 김원봉>과 <의열단 부장 이종암전>을 정리하여 쓴 책으로 특별한 연구가 가해지지 않았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쓰고 있다. 연구가 가해지지 않고 정리된 책이라해서 그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절판되고 전해지지 않는 책을 중간세대의 정리를 통해 이런 이들이 존재를 부각시켜 후대와 계속 연락을 꾀하는 것도 하나의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특히 친일파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실에선 이런 작업들은 여전히 유효성을 지닌다.
'이 책을 많은 젊은이들이 읽어주어 민족의 양심을 바로잡는 길이 무엇인가를 한번이라도 반성해주었으면'하는 필자의 심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통일이 이루어져 김원봉의 월북 이후의 삶이 조명되어 완전한 하나의 평전이 나올 날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