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서울 2023
이우 외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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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몰랐더라면'

이 말은 내가 자주 했던 말이다. 내가 성인이 되면서 내가 배운것들을 가지고 살아나가야 할때, 나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로 힘들어했다. 우리가 아는것과 사는것은 실로 다르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사람관계에서는 그 말과 행 사이에 깔린 수많은 문맥과 상황들을 이해하고 이어가야 하는 관계가 정말 어려웠다. 이 책에서는 바람을 피운 배우자의 행적을 몰랐더라면 하고 주인공이 말한다. 이미 끝나버린 외도는 없는 것과 같은데 문제는 그 사실을 내가 안다는 것이다. 내가 안다는것은 그 일이 있었다는것. 그 일이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관계는 변한다. 하지만 그 일이 있었다는 것을 내가 몰랐다면. 그일은 없는 것이고 그럼 관계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그 일을 차라리 몰랐더라면. 하고 주인공은 말한다.

책을 쓰는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나와같이 제도권의 교육을 받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러던 그녀가 여성해방문학에 대해 공부하고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의 얼굴은 항상 찌푸러져 있었다. 그녀가 종종 하던 말. '차라리 몰랐더라면'

"언니 있잖아. 나는 한 문장도 내 것으로, 내 언어로 쓸 수가 없어. 내 사고는 이미 어떤것에 길들여져 있고 주입되어온 누군가의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야. 아무것도 몰랐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녀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서울의 밤이었다. 문학서울. 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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