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모가 되어 걸어보자 궁궐.

타임머신 5대 궁궐 여행 - 길따라 떠나는
이재영 외 지음 / 이비락 / 2008년 9월

이 책을 읽다 보면 -왕이 되어 걸어보세요-,-왕비가 되어보세요-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아하~~그렇구나~~왜 그런 생각을 못해 봤지? 예전에 궁궐에 가면 장난스레 전생에 왕비였느니 왕이었느니 하며 농담이나 주고받았지 정작 그 시대의 왕의 삶과 궁궐의 역사에는 큰 의미를 두지 못한 채 배경 좋은 곳을 뒤로해서 사진만 찍다가 온 일이 여러 번이다. 다음에 궁궐에 갈 기회가 온다면 이 책이 조언해준 대로 꼭 국모의 마음가짐으로 궁과 나라를 바라봐야 하겠다. 그러면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이 더욱 확고하고 깊이 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지붕에 얹어진 기와 하나, 다리에 놓인 돌 하나도 그냥 만들어진 것이 없이 모두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데에 놀랐다. 바닥에 깔린 돌에도 이야기가 있고 문에도 기둥에도 창문에도 굴뚝에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얼을 담아 놓은 조상의 지혜로움에 감동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정말 이 책이 아니었다면 그런 중요하고 훌륭한 의미들을 그냥 지나친 채 구경하기에만 급급했을 것이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게 친절한 표현으로 설명하는 글과 사진이 어우러져 있고 곳곳에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해 줄 부연설명까지 곁들이고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영역별 궁궐 그림에다가 각 궁의 마지막마다 명성황후, 낙선재, 사도세자, 덕혜옹주, 광해군의 궁에 얽힌 이야기까지 궁궐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자 노력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궁궐을 안내하는 봉사활동을 계기로 만난 저자들의 궁에 대한 사랑과 궁을 바르게 알리고 싶어 하는 세심한 마음이 좋은 책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어지러운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도 묵묵히 우뚝 서 있는 궁궐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아픈 역사를 물려주지 않도록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다. 더 이상 궁궐이 훼손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겠다. 귀한 우리의 자랑인 궁궐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바른 지식과 가치관으로 궁궐을 바라보고 배우고 느껴야겠다. 시대에 따라 자리나 모습이 변해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예스러운 과거의 모습 그대로 유지되길 바란다. 

명품 단풍 길로 궁궐의 돌담길을 꼽는 뉴스를 봤는데 이 가을에 가면 참 좋을 것 같다. 이 책 들고 아이들과 이야기 도란도란 나누면서 궁궐을 걷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