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게임
오음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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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9 일단 게임 이름은 '외계인 게임'이야. 우리 중에 있는 외계인을 찾는 거지.

p.60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리 없을 법한 사건 하나를 던져서, 지금 당장 그 일이 일어난다고 상상해 보는 거야.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p.60 소수 의견을 낸 사람이 외계인이 되는 거구나?

 

<외계인 게임>이라는 다소 생소한 제목. 소수의 선택을 한 쪽이 외계인이 되는 게임.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이 돌아가면서 던지는 질문들과 대답은 등장인물들의 성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장치이다. 중학교 국어 교사 김설, 영상 번역가 남하나, 소설가 최낙현, 대학생 전나은, 여행자 오후. 나이대도 다르고 직업과 가치관도 다른 이들이 '훈자' 지역의 도미토리에서 만난다. 무엇인가로부터 떠나거나 무엇인가를 찾고 싶은 것이 여행인지라 그들의 사연을 들으면선 나의 삶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의 매력 세 가지를 꼽아보자면, 먼저 실제로 있을 법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들이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여행의 설레임, 세 번째는 수려한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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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포인트 1. 살아 있는 캐릭터들.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읽다보면, 나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그런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가장 대입이 많이 되었던 캐릭터는 40세 소설가 최낙현이었다. 다른 등장 인물들은 20대나 30대 초반의 미혼인데 이 인물만 나이도 있고, 결혼도 해서 그의 삶이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구성원들 가운데 가장 어른이라서 어른스럽게 요리도 나서서 하고 중심을 잡으려고도 하는 상황이 제일 공감이 갔다. 속은 멋지고 평온하거나 지혜롭지 못한 걸 스스로 알지만, 나이가 제일 많기에 다른 이들 앞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또한, 그의 아내의 입장도 공감되는 부분도 많아서 제일 공감간 캐릭터이다. 

 

p.182 훈자에서만큼은 좋은 형과 듬직한 오빠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p.189 책임감을 느끼거나 자책하는 이는 없다. 어른이라는 모두의 이름으로 죄책감을 공평히 나눠 갖는 탓이다. 우리는 이미 그런 장에 올라타 있다. 

 

제일 매력적인 인물을 뽑으라면, 아무래도 오후. 계속해서 여행을 해나가는 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절로 궁금해진다. 다정하면서도 자유롭고, 그러면서도 아픈 상처가 있으면서도 세상에 중요한 것이 다른 이들과는 다른 인물. 최낙현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주인공' 같은 인물이다. 로맨스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 사연과 분위기가 있다. 

 

p.301 우리는 늘 잃기 전에 미처 내가 잃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때로 경계선을 넘어 다시는 본래의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는 거라고. 혼자서 건널 수 있는 세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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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포인트 2. 여행의 그리움

 

코로나 19로 여행 길들이 막히고,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나기가 어려워졌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예전에 여행을 다닐 때의 기분이 되살아나면서 추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여행지에서 만났던 이들도 기억나고 말이다. 그리고 또 반대로 여행의 한계라고 할까? 떠나면 다 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여전히 삶은 계속되고 아픔은 또 그대로 남아있던 그런 기분도 다시 떠올랐다.

 

p. 20 멀리 왔지만 지금도 이별이라는 굴곡 없는 평행선에 서 있는 나라는 것을 안다. 세상의 반대편에 섰다고 해서 고통의 반대편에 당도하는 건 아니었다.

 

p.225 삶을 살아간다는 건, 모두가 버스에 올라타 함께 목적지로 향하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비좁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험한 길을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고 견디며 나아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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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포인트3. 수려한 문장력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20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대통령상(대상)을 수상한 작품인 만큼 삶을 예리하고도 통찰력 있는 문장으로 그려냈다. 필사한 문장이 많을 정도로 매력적인 문장들이 많았다. 

 

p.31 "요즘 애들 힘들지?" 짜이를 따르며 후가 물었다. "말해 뭐 하니. 한국 중학생들은 악마야." "어른들이 지옥을 만들어 둬서 그런지도 모르지."

 

p.59 일과 사랑 어떤 꿈을 품고 살든 우리는 결국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 그러니 과정이라도 즐거워 해야 한다는 삶의 법칙에 나도 조금씩 동의하고 있었으니까.

 

p.80 오히려 서른은 곧은 몸가짐을 넘어 취향과 스타일까지 점검해야 할 때다. 

 

p.302 삶에선 길치이고 방향치인 모두가 털어놓고 내보일 장소를 찾아 이 먼 길을 걸었을 테니까. 

        우리의 삶에, 마침내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 나는 지금 이곳에 서 있다. 눈을 감고도 걸을 수 있었다.

 

매력적인 포인트가 많았던 <외계인 게임>. 삶에 대한 고민, 질문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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