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지금, 너에게 간다
박성진 / 북닻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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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불길 속을 처참한 사고 속에 몸을 던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소방관분들을 비롯해, 누군가를 위해 소명을 다하는 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절대 당연하거나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 일을 해나가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지만, 그분들에 대한 대우는 아쉽기만 하다.


e-book 소설 <지금, 너에게 간다>는 아직 기억속에 남아 있는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을 떠올린다. 소방관 수일의 연인 애리가 지하철 화재 현장에 있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번번히 중요한 약속도 지킬 수 없었던 수일. 그런 수일을 기다리기 지쳤던 애리. 결국 헤어진다. 그러다 3년후 맞선 자리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서로를 지지해 주는 마음을 깨닫고 다시 만나지만, 수일을 대신해 먼저 교대해 준 태현이 화재현장에서 크게 다치면서 수일은 방황한다.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 또 애리는 떠난다.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딸아이, 그로 인한 충격으로 정신을 놓고 걷다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아내를 간호하던 묵현. 병원비의 압박으로 더 이상 아내를 붙잡을 수 없어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에 대한 증오로 여행가방에 기름을 채워 지하철에 올라타 분신자살을 시도한다. 안전보다 로비와 무리한 공사일정으로 부실하게 만들어졌던 지하철은 유독가스를 분출하며 많은 이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그속에 애리가 있었고, 애리는 수일에게 이번에는 믿고 기다리겠노라고 메시지를 전한다.


e-book으로 읽다보니 책의 두께감이 없었다. 그래서 읽다보니 어 벌써 끝났구나 하고 깨달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이 글의 제목에 '스포가 있다'고는 했지만, 소방관을 주인공으로 하고, 대구지하철 사고를 아는 이라면 추측 가능한 줄거리가 아니었을까 한다. 하지만, 작가의 초점이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세밀하게 맞춰져 있어서 전체적인 소설의 이야기 보다 그분들의 삶과 어려움에 더 관심이 갔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왜 그렇게 여겨졌는지 알 수 있었다.


- 생명을 구하겠노라, 지키겠노라. 하고 다짐하는 이들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을 써보겠다고. 하지만 그들의 힘듦을 오롯이 알 수 없기에 이 글은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들의 노고를 단 한 명이라도 알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작가는 재난현장을 다룬 사진에서 온몸에 묻은 재를 털지 못한 채 땅바닥에 주저 앉아 급히 갈증을 해소하고, 생수를 얼굴에 부으며 열기를 식히는 모습들. 그럼에도 생명을 더 구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보이는 표정을 보고 그들에 대한 감사함을 이렇게 글로 전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방관분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담겨있다.


고급빌라 화재 사건 에피소드에서는 불이나서 간신히 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껐더니 문을 부순 것, 애인의 비싼 가방을 망가뜨린 것을 배상하라고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 어이없는 이들의 이야기에 분노가 일었다. 또 같은 목숨인데 화재 사고에서 시장님을 먼저 구해라는 식으로 나오는 이들의 이야기도 혀를 차게 했다. 작가의 상상이라고만은 할 수 없기에 더 씁쓸해졌다.

지금 이시간에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그 현장으로 달려가는 분들에게 절로 감사해지는 순간들이었다. 책의 구성이 심플하기 때문에 중고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고 또 소설 형식이 주는 감동이 있어 이 직업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소방관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었다.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입니다. 어차피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지 않습니까. 대장님! 자, 갑시다!"

"좋네. 다들, 소중한 생명을 구하러 가봅시다."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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