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의 <사랑만이 남는다>는 1부 남몰래 혼자 부르고 싶은 이름 - 세상의 모든 애인들에게, 2부 당신 있음이 그냥 행복이다 - 세상의 모든 아내들에게, 3부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나 -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로 구성되어 있다.
마흔을 넘기고 아이를 키우느라 남녀 간의 사랑에는 조금 무뎌져서 그런지, 1부보다는 2부와 3부의 시들이 와닿았다. 중간중간 예쁜 일러스트에 절로 눈이가고 힐링되었다. 그중에서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시가 있어 소개해 본다.
별짓
어제 사서 감추어 가지고 온 귀걸이를 아침에 내밀었다
아이 뭘
쫑알대며 받아서 걸어보는 너의 귀가 조그만 나비처럼 예뻤다
점심때 함께 식사하고 나오며 네 신발을 가지런히 돌려주었다
아이 뭘
신을 신는 너의 두 발이 꼭 포유동물의 눈 못 뜬 새끼들처럼 귀여웠다.
오후에 가게에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뛰어와 너에게 주었다
아이 뭘
아이스크림을 베어 무는 너의 입술이 하늘붕어처럼 사랑스러웠다.
아이 뭘...
내가 별짓을 다 한다.
확실히 한참 사랑에 빠져있는 연인들의 모습이라기 보단 어느 부부의 모습이 그려지는 시였다. 사랑한다고 자주 말하지 않더라도, 따뜻함이 전해지는 눈길, 행동들에 마음의 위로를 받는 모습이 시에 고스란히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