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이 남는다
나태주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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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 다른 말이 필요할까? 짧은 시로 '사랑'을 이렇게 절절히 와닿게 표현하다니. 매번 놀랍다.

p.5

사랑만이 답입니다. 사랑만이 남습니다. 하므로 우리는 사랑해야 하고 사랑받아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 생각하다가도 정작, 나는 지금 누구를 얼마나 어떻게 사랑하고 있고, 사랑받고 있는지를 떠올려보면 결코 당연하다 할 수 없는 문장이기도 하다.

 

 

나태주 시인의 <사랑만이 남는다>는 1부 남몰래 혼자 부르고 싶은 이름 - 세상의 모든 애인들에게, 2부 당신 있음이 그냥 행복이다 - 세상의 모든 아내들에게, 3부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나 -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로 구성되어 있다.

마흔을 넘기고 아이를 키우느라 남녀 간의 사랑에는 조금 무뎌져서 그런지, 1부보다는 2부와 3부의 시들이 와닿았다. 중간중간 예쁜 일러스트에 절로 눈이가고 힐링되었다. 그중에서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시가 있어 소개해 본다.

 

별짓

 

어제 사서 감추어 가지고 온 귀걸이를 아침에 내밀었다

아이 뭘

쫑알대며 받아서 걸어보는 너의 귀가 조그만 나비처럼 예뻤다

 

점심때 함께 식사하고 나오며 네 신발을 가지런히 돌려주었다

아이 뭘

신을 신는 너의 두 발이 꼭 포유동물의 눈 못 뜬 새끼들처럼 귀여웠다.

 

오후에 가게에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뛰어와 너에게 주었다

아이 뭘

아이스크림을 베어 무는 너의 입술이 하늘붕어처럼 사랑스러웠다.

 

아이 뭘...

내가 별짓을 다 한다.

 

확실히 한참 사랑에 빠져있는 연인들의 모습이라기 보단 어느 부부의 모습이 그려지는 시였다. 사랑한다고 자주 말하지 않더라도, 따뜻함이 전해지는 눈길, 행동들에 마음의 위로를 받는 모습이 시에 고스란히 보였다.

 

그리고 딸들에게 전하는 시 중 '혼자서'가 마음에 남았다.

 

혼자서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여운이 많이 남는 시였다. 남들과 다르다거나 혼자라는 생각에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내게하는 시였다. 힘내라는 말보다 이 시 하나가 큰 힘을 줄 것 같았다.

 

마흔이 넘어가고 일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일까 예전처럼 드라마를 봐도 막 설레지도 않고, 슬픈 사랑노래에도 덤덤해진 나를 보며 변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불꽃튀는 연인들 간의 사랑만이 시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시간을 함께한 부부 간의 사랑, 커가는 아이를 향한 사랑도 이렇게 시로 표현할 수 있고, 그 사랑 역시 예쁘고 힘이 되는 사랑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태주 시인의 시와 함께 또 사랑하는 하루를 보내고 싶어진다. 책과 함께 받은 필사노트에 시를 옮겨 적으니 전해지는 감동이 배가 된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지만 좋은 시로 마음은 따뜻했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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