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
무옌거 지음, 최인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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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고민이 곧 내 이야기 같아 공감이 많이 되었다. '착한 사람'병에 걸려있는지라 고단하고 괴롭고.. 나의 노력을 상대는 받아주지 않아 거기서 또 상처를 받기를 반복하며 이 나이가 되었다. 그나마 아이를 키우고, 나이빨과 체력의 한계로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받아줄 힘이 없어 거절도 하며 살지만, 그 마음은 여전히 편하지가 않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라서 거절을 하면서도 상처를 입으면서도 나를 생각하기보단 상대의 마음과 눈치를 먼저 살피며 살고 있다. 그런 나에게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게 하지 못하게 하라>의 저자 '무옌거'는 당신의 친절이 당신을 함부로 대하게 한다고 외친다.

 

 

무예거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아버지와의 일화가 있다.

 

단지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매를 맞은 적이 하도 많아서 일일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 당시 내 등에는 시퍼렇고 불그죽죽한 상처가 가실 날이 없었다. 왼쪽 눈을 맞아 거의 실명할 뻔했을 때조차 아버지는 내가 별것 아닌 일로 소란을 피운다며 무시했다. 아버지가 내게 그렇게 한 이유는 단 하나, 그래야 나를 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세월이 흐른 후 과거의 일을 이햐기했을 때 놀랍게도 아버지는 나를 때린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 가해자는 자신의 죄를 잊을 수 있다.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아니다.p.131

 

무예거가 아프거나 울거나 하면 아버에게 돌아오는 것은 매질이었고, 어른이 된 무예거를 폭력으로는 누를 수 없으니 그녀의 업적이나 이야기를 무시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은 평생 유년기에서 치유의 힘을 얻고, 불행한 사람은 평생 유년기를 치유하며 보낸다.는 말이 있다. p.72

 

무예거 역시 이런 상황이었기에 힘을 얻을 곳이 필요했으나 착한 그녀의 마음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10개를 잘해줘도 1개를 거저라면 나쁜 사람이 된다는 것을 배워 나갔다.

 

 

내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착한 사람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가 아니다. 그보다는 이들이 거절할 용기를 내는 대신 자신의 상처를 끌어안는 길을 택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원인을 알아야 악인들에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p.006

 

지나치게 착한 사람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장과정에서 엄청난 상처를 받으면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거나 심지어 더 큰 상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 p.007

 

나의 경우, 부모님께서 나를 많이 사랑해주셨다는 것을 지금은 알지만 어린 시절엔 몰랐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딸이 성공할 길은 공부 밖에 없다 생각하셔서 항상 완벽하길 원하셨던 아빠. 그리고 아빠와 성격이 맞는 곳이 없어 늘 힘들어 했던 엄마. 그 사이에서 착하고 완벽한 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든 것을 표현하기 보다 괜찮은 척, 아무일 없는 척, 잘하는 척하며 자랐던 것 같다. 그게 습관이 되다보니 남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모습으로 지내게 되고 갈등이 생길까 최대한 착한 사람이 되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고 늘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에게, 홀로 싸우다 지쳐버린 피해자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p.011

 

와닿았던 구절 몇 개를 소개하려 한다.

 

남이 나를 믿게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진정한 선악은 나 스스로 아는 것이다. (생략) 남들이 옳고 그름을, 맞고 틀림을 어떻게 말하든 그냥 내버려둬라. p. 047

 

건강한 인격과 인간관계를 가지려면 반드시 내면의 의존성과 독립성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p.052 

 

거절을 통해 우리는 타인에게 자신이 그은 인간관계의 경계선을 명확히 알려줄 수 있다. 누군가 나를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원인은 십중팔구 내가 먼저 선을 제대로 긋지 못했기 때문이다. p.053

 

-> 이 구절은 <동의>라는 책에서 배운 내용과 연결이 되어 반가웠다.

 

남에게 상처를 줄까 봐 거절하지 못한다는 사람들은 알고 보면 자신의 나약함과 의존성을 상대에게 투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p.082

 

-> 이 글이 나오는 에피소드가 무척 공감이 되었다. 스스로 결정을 못하고 무엇이든 물어보고 결정을 남에게 미루는 것. 나도 결정장애라는 우스개소리로 둘러대지만 결국 나약함과 의존성이었음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거절해야 할 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계속 타협할수록 궁지에 몰리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p.087

 

'착한 사람'은 대개 자신을 질책하는 습관이 있다. 모든 일을 자기 잘못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다른 사람은 당신의 반성과 자책이 필요 없다. 당신이 스스로 비하하는 탓에 오히려 상황이 비극에 빠지곤 한다. p.091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이 언젠가 "착한 사람은 수많은 고통과 고난을 견뎌야 하지만 나쁜 사람은 뉘우치면 그만"이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다. p.127

 

상처받은 사람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상처 준 사람이 가장 알고 싶지 않은 것 또한 진실이다. p.186

 

착하게 살지 말고 무례해져라는 취지의 책은 아니다. 하지만, 무례한 이들, 나를 힘들게 하는 이들을 신경쓰느라 지쳐가는 자신을 더 소중히 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자기 스스로 선을 만들어 그 선 안에 받아들여야 할 사람, 받아들일 수 있는 부탁들과 그게 아닌 사람, 부탁을 명확히 세워나가는 것. 그것이 자신을 위하는 일이고 행복해지는 일임을 배울 수 있었던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였다.

 

쌤앤파커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읽고 솔직히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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