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페르메이르 -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 ㅣ 클래식 클라우드 21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평점 :

빛나는 일상과 마주하다.
<진주귀걸이 소녀>는 알아도 페르에미르라는 이름은 낯설다. 그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머물렀던 네덜란드의 델프트에서 조차 오랜시간 잊혀졌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이다.
클래식 클라우드의 <페르메이르>를 집필한 이는 전원경 작가.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로는 유일하게 2권(전작:클림트)을 썼다. 전원경 작가는 네덜란드의 역사는 페르메이르라는 화가를 탄생시키기 위함이었다고까지 말한다.
어찌보면 이 특별한 화가를 탄생시키기 위해
네덜란드라는 나라는 나라 전체가 몇백 년을 준비한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페르메이르 생존 당시에는
페르메이르 본인이나 그의 주위 인물 모두
이 화가가 훗날 17C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를
빛낼 인물이라는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 했다.
P.69

이 말이 초반부에는 다소 과장스럽게 보였으나 책을 덮을 때 쯤엔 나 역시 페르메이르의 작품들은 17c의 네덜란드였기에 가능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은 수세기를 흘러 지금 코로나로 일상을 잃어버린 지금 또다른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평온한 일상이야말로 천국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오래 잊고 있었는지 모른다.
p.21
미술을 잘 알고 싶었지만, 어떻게 보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고, 미술사 책 몇 권을 읽어도 여전히 어렵다. 기법이니 그 시대의 유행이니 하는 이야기를 읽어도 금방 까먹는다. 그래서 작품을 보고 감동 받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클래식 클라우드의 <페르메이르>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고 '애쓰지' 않아도 이해가 되고 이해하니 감동 받게 된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어떤 깨우침을 준다.
일하는 모습은 그 일의 종류와
그리고 일을 하는 사람의
외모나 나이와 상관없이
아름답다는 점이다.
P.143
페르메이르의 작품에는 숨겨진 스토리들이 있다. 그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직접적으로 사랑을 묘사하는 것은 금기시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악기연주나 편지로 연인들의 마음을 표현했는데 페르메이르 작품을 찬찬히 바라보면 한 편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그의 그림은 물론 정교하고 우아하지만
그저 예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의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성실하고 신실한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덧없이 빨리 지나가는 인생의
매혹적인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서 보여준다.
P.118
<진주귀걸이 소녀>를 보면 너무나도 매혹적이라서 시선이 절로 간다. 이 그림은 페르메이르의 천재성의 절정이 드러난 작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페르메이르 생전에 인정 받지 못했고, 이 이후의 작품들은 이 작품에 비해 매력이 덜하다. 진품 논란까지 있을 정도로 <진주귀걸이 소녀>에서 보여준 반짝임과 생명력, 대범함이 아쉽다고 평가된다.
누구나 한 번은 젊은 날을 맞지만
그 젊은 날을 영원히 붙잡을 수 없듯이
<진주 귀고리 소녀>에서 빛났던
페르메이르의 천재성은 다시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
P.199
저자는 페르메이르가 이런 상황에 본인 스스로 제일 실망했을 것이며, 계속되는 생활고에 의한 스트레스가 결국 죽음을 불러 오게 되었다고 평한다. 그렇게 잊혀질 것 같았던 그의 이름은 200년이나 지난 후에나 부활했고,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화가로 자리매김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작품에 매료되었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혼을 그림에 불어 넣기 위해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도를 잡고 도전하며 점점 발전하는 그림을 그린 그의 삶 자체에도 매료 되었다. 35점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는 그의 작품. 부지런히 보고 부지런히 감동 받고 싶어졌다. 그리고 미술 작품에 접근하는 힌트도 얻을 수 있었던 감사한 책 클래식 클라우드의 <페르메이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