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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평점 :
얼마전, 동료가 후배들 때문에 속상하다고 하소연 한 적이 있었다. 차 없는 후배들을 퇴근 길에 지하철 역까지 몇 번을 데려다 주다 생각해보니 왠지 선배로서 후배 뭐라도 한 번 먹여야 할 것 같았다고 한다. 그래도 윗세대 선배들과는 달리 '배려심'을 발휘하여 다음 주 수요일 쯤 어떻냐고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을 만큼의 넉넉한 기간을 두고 날짜도 이야기 했단다. 그런데, 후배들이 '어...저...일이 있는데요.' 하길래 그럼 언제가 좋으냐고 물으니 이번에도 '저..' 하며 곤란한 표정을 짓길래 아차하고 웃으며 그냥 해 본 말이 신경 쓰지 말라고 둘러댔다고 한다. 우리 때는 선배들이 퇴근하는 거 잡아다 저녁 먹이고 술 먹이고 그랬는데 하며 혀를 내두르는 친구. 소외 당한 것 같다며 서글퍼한다. 낀 세대라 위로는 선배들 밑으로는 후배들을 모셔야 하는 신세라고 답답해 한다. 나보다 선배 세대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너희에게 얼마나 잘 해준 것이데 하며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다. 후배 세대가 보기엔 아니 가던 길이라 차를 태워준 것인데 굳이 저녁까지 먹어야 하냐고 할 수도 있다.

직장 내에는 이제 '베이비부머 세대, X세대, MZ세대' 이렇게 3세대가 동시에 있다. 이렇게 다른 3개의 세대가 공존하던 적도 없을 것이다. 나는 상대 세대를 다 안다고 장담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결국 오해하고 상처받고 대결하는 '전쟁'이 시작된다. 국내 최고 리더십 스토리텔러로 꼽히는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이 이런 고충들을 경험하고 인터뷰하고 연구해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에 담았다. 전체적인 메시지는 "상대를 존중하며 소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이질성이 전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평화와 다양성으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였다.
1. 다른 세대가 우리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히 알게 되다.
이만하면 vs. 바보처럼 vs.하마터면
P.14
#에피소드_3세대 전쟁의 서막
선배세대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뼈 빠지게 고생했나?"
MZ세대 "누가 그렇게 살라고 했나요? 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네."
이른바 '꼰대'로 지칭되는 40, 50대는 요즘 어딜 가나 지적 대상이다. 혁신에 저항하고 변화에 뒤쳐졌다며 각성과 계몽, 타파의 대상으로 비판받는다. 위아래를 연결하는 튼튼한 미드필더로 인정받기보다 조직 순환을 방해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적폐로 비하된다.
일선 직원들이 조직에서 떨어져나가면 안 되는 '살점'이라면, 꼰대로 대변되는 중간관리자 층은 떨어져나가도 하등 표가 나지 않는 '각질'로 인식되는 경우마저 있다. 이들이 늘 옳은 것은 아니지만 살아온 방식이 전부 틀린 것만도 아니다. 또한 모든 조언이 '꼰대의 지적질'도 아니다.
다소 긴 부분을 그대로 이곳에 옮겨 쓴 까닭은 문장 느낌을 가감없이 전하고 싶어서이다. 팩트공격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사실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혹은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을 명확히 인지하게 된다. 하지만 공격만 날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책이었다. 다른 세대가 우리 세대를 그렇게 받아들이는 이유를 풀어 설명해주기에 읽다보면, 그 세대도 고충이 있었구나 하며 서운함이 풀어진다.
위의 에피소드의 경우, 선배세대가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얘기해 준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소외당하고 책망 받는 세대. 서로움이 사무칠 수 밖에 없다. 후배 세대의 답답한 모습에 조언을 하자니 꼰대 같아 보일까봐 말도 못한다. 센 세대 선배들 아래에서 '하면 된다'기에 그리하다 막상 그 자리에 가보니 '되면 한다'는 구성원들(수평적 조직문화에서 '부하'라고 이야기했다간 개념 없는 상사로 당장 찍힌다)들을 '모시고' 일해야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최근 '세대불통론'의 가장 큰 문제는 비대칭성에 있다고 지적한다.
p.17
기성세대에겐 촉구 일색이고, 신세대에겐 포용 일색이다. 기성세대의 경험은 축적의 롤모델이 아니라 청산 대상이다. 구글에 '꼰대'를 쳐보면 검색 결과가 903만 개(2020년 기준)나 나온다. 그렇다면 꼰대의 반대말, '개념 없는 젊은이'를 뜻하는 용어는 뭘까?
존재하지도 않는다. 굳이 찾자면 '철부지'정도다.
p.18
리더가 어떻게 변해야 하고, 구성원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리더십'교육은 많지만, 리더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배우는 '팔로워십' 교육은 거의 없다. 꼰대란 말을 무분별하게 남발하며 무조건 반발하고 귀부터 막고 보는 역꼰대 현상은 꼬대 못지 않게 문제다.
앞 세대를 비난만 하기에 앞서서 그 세대를 이해려는 마음, 어떻게 따라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노력도 서로 필요한 것이다.

2. 새로운 세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p.80
일중독 vs. 야누스 vs. 제로섬
#에피소드_멸종된 회사어, 상사와 부하
베이비부머 세대 "상사가 시키면 부하직원들이 일란하게 움직여야지! 매사에 본인 생각대로 '아니오'라니, 그래서야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겠나?"
X세대 "요즘은 상사보다 부하 상전이 더 힘들어요. 껄끄러운 지적이라도 한마디하려면 사흘은 고민해요.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MZ세대 "본인이 상사란 생각부터가 잘못 아닌가요? 한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직장동료지, 위아래가 어디 있어요?"
선배세대는 후배세대와 소통하고 싶고 열심히 일한 것을 인정받고 존중받을 줄 알았는데, 무시당하기 일쑤다. 다면평가를 도입한 조직이 많아 리더를 평가하기도 하는데 잘해준 결과가 자신의 생각과 달라 서글퍼질 때도 있다. 세면 세서, 약하면 약해서 싫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p.82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란 비판 듣지 않으려면?
일중독과 몰입의 차이는? 속도를 자기 뜻대로 조절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일중독 유형은 브레이크 없는 벤츠와 같다. (생략)
예전엔 사람을 통해 일을 성장시킨다고 했지만, 요즘은 일을 통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생략)
시대에 따라 이상적인 리더십의 유형이 바뀐다. 요즘 시대에 가장 적합한 유형은 카리스마 있는 리더보다 직원들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리더다. 정말 일 잘하는 리더는 여유 시간에 직원들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연구한다. 또 직원들이 번아웃에 시달리지 않게 하려면 동기들 간의 유대를 쌓는 친목 모임 등을 가질 기회를 마련해주자.
리더 본인이 이 모임에서 빠지는 것은 필수다.
이와 함께 MZ세대가 꼽은 꼰대의 등급이 눈에 들어왔다.

P.85
MZ세대의 마음속엔 '내가 이 회사를 계속 다니면 내 미래는 어떻게 되지?'하는 질문이 항상 내재해 있다. 리더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자신들의 갈 길, 룰과 롤을 가르쳐달라는 바람이다. 원포인트 레슨을 해줄 정도의 업무력을 갖춘 데다 공감력도 높다면 그가 바로 유능한 어른이다.
다른 세대의 일과 삶에 대한 기준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을 알아야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파트였다.

3
. 프레임을 달리해서 보면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다.
#에피소드_직원이 혼자 점심을 먹겠다고 한다.
선배세대 "혼밥은 사회성 없는 사람이나 하는 거야. 사회적 자폐지."
MZ세대 "떼밥만 되고 혼밥은 안 되는 건 독립성 없는 사람이에요."
p.212
후배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는 것만 해도 좋은 리더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다. 퇴직 준비도 마찬가지다. (생략) 자생력, 자립력 모두 확보돼야 어디에 가도 꿀리지 않는다.
p.214
리더라면 고독을 회피하지 말고 직면하라.
첫째, 떼밥의 방식을 바꿔보자. MZ세대가 함께 먹는 점심을 무조건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생략)
둘째, 혼밥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자. (생략)
셋째, 회사 밖에 관심을 갖고 사회 트렌드를 읽자. (생략)
P. 219
당신이 가진 차별성은 무엇인가? 나력 값이 직위 값, 조직 브랜드 값보다 클수록 존경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을수록 외면받을 것이다. 나력 계산법을 음미하다 보면 직위나 회사 브랜드를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하는 오만한 착각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꼰대란 소리가 저절로 사그라들 것이다. 나의 나력, 벌가벗은 힘은 무엇인가를 알 때 주제넘은 푼수나 간섭이 아닌 어른의 지해가 생기고 진정한 조언을 할 수 있다.
저자는 MZ세대는 끊임없이 자기 소개서를 쓰는 세대라서 자신의 능력을 돌아 보고 점검하다보니 자신이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해온 세대라고 한다. 반면 선배세대들은 한 번 일을 시작하면 오히려 자신을 잃어갈 정도로 일만하는 세대였다. MZ 세대처럼 자신의 차별성을 끊임없이 찾고 생각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면서 지낼 것을 조언한다. 그래야 스스로의 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세대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단정짓기 보다는 그 세대의 배경과 스토리를 이해하고, 장점은 공유하고 단점은 그 세대에 맞게 피드백을 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함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그래서 직장동료가 책을 한 권 추천해 달라는 말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권했다 . 다른 세대들이 나와는 '다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위로와 더불어 다른 세대와 좋은 방향으로 공존할 수 있는 길들을 찾는데 힌트가 될 요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특히나 한 조직의 리더라면 더 필요한 책이라 여겨진다. 내용도, 문장도 좋아서 단숨에 읽을 수 있다. 또 주제가 쭉 이어지는 것도 아니니 짜투리 시간에 꺼내 읽기도 좋은 책이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었다. 회사생활을 하며 다른 세대 이해가 안 된 경험이 있다면 이 책으로 위로 받길 바란다.
** 아쉬웠던 점**
책 제목과 표지가 다소 아쉬웠다. 내용없이 책 제목이 다하는 책들도 그렇게나 많고, 단순히 책이 예뻐 구매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 책은 그게 아쉬웠다. 제목도 너무 길고, 표지의 동물들도 처음엔 웃으라는 것인가? 아닌가? 헷갈렸다. 각 세대의 특징을 동물로 비유해 담아낸 의도는 알겠지만 일단 내 스타일이 좀 아니다. 내 스타일일 필요는 없겠다만서도 요즘 제목과 표지로 승부하는 책도 많은데 그런면에서 너무 안타까웠다. 굳이 이렇게 제목과 표지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혹시나 나처럼 제목과 표지만 보고 패스하는 이가 있을까봐서이다. 표지 디자인과 책 제목에 심혈을 기울이고 고심하셨을 관계자 분들께는 죄송하지만...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은지라서 이리 길게 써 보았다. 다른 분들이 책의 겉모습만 보고 패스하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사족을 붙여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