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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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권에서는 왕현의 남편 소기가 제왕의 업 달성에 가까워진다. 그와 함께 변고들도 많아진다.

하지만, 상권에서 등장한 많은 갈등들이 왕현의 현명함과 결단력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 어려운 중에서도 최선의 길을 찾아 나아간다.

이러나저러나 피는 물보다 진한 법, 피붙이들과는 어쩌다 사이가 소원해지더라도 언젠가는 가까워지게 마련이다.

다만 예전의 그 아름답던 시절은 다시 돌아 오지 않고, 나와 그들 사이에는 영원히 메워지지 않는 골이 생길 따름이었다. -p.11

가족. 그것도 아버지. 그리고 자신을 딸처럼 대했던 고모가 자신을 장기짝으로 이용했음에도 그들을 무작정 원망하지 않는 왕현.

사랑했던 이의 무너지는 모습을 앞에서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그를 진정으로 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자신을 모시던 금아와 옥수. 그녀들의 희생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들을 위해 자신이 내여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도 고민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신분고하와 상관없이 그저 한 사람 한 사람을 인정하고 어떤 것도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는 왕현이다.


철없는 군주로 살아온 그녀가 어떻게 사람을 이리 귀하게 여길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리 아꼈던 그녀들임에도 자신의 사랑 앞에서는 왕현의 마음을 찢어 놓았을 때였다.

보통의 스토리라면 '니까짓게 감히'가 몇 번이나 나오고 '저년의 주리를 틀어라'가 몇 번이 나왔을 대목인데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그들을 이해하는 모습은 정말 시대극 속 여자 주인공에서는 본 적이 없던 캐릭터였다.

그런 그녀이기에 천하 제일의 위력을 손에 넣은 남편 소기 역시 그녀를 진정으로 아끼고 존중해 준다.

 그저 아름다운 여인을 손에 넣겠다는 모습이 아니다. 여자라고 무시하지 않고 그녀를 배려하고 기다리고 살피는 모습. 그 역시 이전의 고전 사극 드라마나 소설에서 보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에필로그 같은 후기 파트에서 그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또 느낄 수 있었다.

 

 p.576

 황제는 술사발을 든 채로 한참 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다가 나직이 웃었다. "노인장은 참 복이 많습니다."

소윤삭은 황제의 목소리에 담긴 처연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복이랄 게 뭐 있습니까, 젊어서 부부로 산 사람들이 늙어서도 함께할 뿐인 것을." 종수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안주를 먹고 술을 마시며 그대와 해로하리라. 그대와 내가 거문고와 비파를 함께 타니 이 얼마나 좋은가!"<여왈계명>을 중얼거리며 백발의 노부부를 빤히 바라보는 황제는 넋이 나간 듯 몹시도 쓸쓸해 보였다.

그리고 왕현이나 소기 모두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p.572

전장에 선 장수는 적을 만나면 죽이면 된다. 내게 거스르는 자를 죽이는 것은 무인이 취하는 방법이지. 그러나 군왕은 가장 높은 자리에서 천하를 굽어보니 그 누가 넘보지 않을 것이며, 그 누가 꺼리지 않겠느냐? 그러니 아무리 죽여도 다 죽일 수 없다. 만약 눈앞을 가로막는 것이 약한 짐승이라면 죽이면 그만이나, 사나운 범이라면 길들여야 한다. 제왕술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길들이는 방법임을 잊지 말거라.

탄탄한 스토리로 마음을 사로잡은 <제왕업> 그 여운이 오래갈 듯 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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