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왕업>을 읽는 동안 시간이 가는 것도 잊고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잊고 이야기에 빠졌다.
"웹소설 10억 뷰, 누적 500만 부 베스트셀러, 강산고인 드라마 원작"이라는 출판사의 홍보문구.
이런 문구가 있었지만 표지에 가녀리면서 아리따운 여자가 화려한 모습으로 있고,
책 제목도 제왕업인지라 뭔가 뻔하고 결말도 쉽게 예상되는 것 같아서 기대감은 없었다.
초반부에는 역시 내 생각이 맞았나봐 하며 다음 스토리들을 추측하며 읽어나가다가
추측하는 것도 그만두고 빠져들어 읽었다.
괜히 그 많은 사람들이 읽은 것이 아니었다.
여주인공 왕현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황후를 배출해내는 왕씨 가문에서 태어나 어려움이라고는 모르게 금지옥엽으로 자란 왕현.
자신의 집이 궁인지 헷갈릴 정도로 궁을 드나들며 태자들과 어울려 지낸다.
그 중 자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자담 역시 그녀를 아낀다.
하지만, 예장왕이라는 새로운 권력의 중심인물이 그녀를 부인으로 삼고 싶다고 청한다.
자애롭기만 하던 아버지는 반대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뒤로하고 그녀와 예장왕의 결혼을 진행한다.
총명하여 상황을 제대로 내다볼 줄 알았던 왕현. 그래서 가문을 위해 반항없이 사랑하는 자담을 두고
예장왕의 부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겨우 15살의 소녀는 이제 더 이상 철부지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첫날밤. 신랑을 기다리는데 오질 않는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하고 결정한 결혼인데 초야를 치르기도 전에 신랑이 전쟁터로 가벼렸단다.
그러고 3년을 신랑의 얼굴도 모르고 살아가는 왕현.
이 책은 전반적으로 화려한 미사어구나 명언 같은 것은 없다.
'스토리'가 탄탄해 빠져들게 되는 케이스이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띠지를 붙이는 것도 잊고 몰입하게 하는 힘. '스토리'의 힘이다.
낯선 시대배경과 전쟁에 대한 묘사 등 평소 좋아하지 않는 소재임에도 꽤 두꺼운 양임에도 쑤욱 읽을 수 있었다.
사랑하던 자담과 지금 남편 사이에서 흔들리며 눈물바람 짓는 스토리를 상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온갖 기교와 악날함으로 경쟁이되는 여자들을 없애고 높은 곳에 가 시기 질투하는 모습의 여주인공을 상상했는데 아니었다.
뭔가 같은 여자가 봐도 멋진 인물 왕현이었다.
운명은 피할 수 없다해도 주어진 운명에서 어떻게 자신이 행동하느냐가 중요함을 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
p. 286
그가 나를 만나고 내가 그를 만났기에 이런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거친 파도 속에서 함께 걸어나가야 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숙명이고 우리의 삶이었을지도
p.390
나는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지 모른다. 그저 한쪽은 이미 나의 과거지만 다른 한쪽은 나의 미래임을 알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