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텅 빈 심장으로 가지마

 


 

솔직히 <꿈의 책>처럼 스토리가 시간의 순서로 흐르지 않고 인물을 중심으로 왔다갔다 하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을 온전히 내서 독서하기 어려워 짬독을 하기 때문에 이런 구성일 경우 제대로 이해 못하고 흐름이 잘 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꿈의 책>을 열었을 때 난감했다. 심지어 첫 쳅터에서 모호하게 글이 펼쳐지고 직설적인 표현보다 상징을 많이 담은 표현들이 많아 우찌하나 싶었다.

하지만 읽어 나가면서 순식간에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헨리, 에디, 샘 이 세 주인공이 하나하나 매력적이라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한다. 종군기자로 활동하다 하룻밤을 보낸 여자에게 자신의 아이가 생긴 것을 알고 그들을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아 일을 그만 둔 헨리. 하지만 아들의 엄마인 마리프랑스는 그와 아이를 만나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아들 샘은 아버지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지 사랑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그저 지금 엄마가 새로 꾸린 가정에 자신이 방해꾼이라는 생각을 가진채 자란다. 그러다 5월 18일 아버지와 아들의 날을 맞아 자신의 학교로 와달라고 헨리에게 편지를 쓴다. 아들을 사랑하는 헨리는 아들을 보러 학교에 가다가 한 소녀가 물에 빠지는 것을 보고 살리려 뛰어들어 구하고 나와 있다가 미처 그를 발견하지 못한 차에 치여 코마상태에 빠진다.



오래전 떠나보낸 아버지가 계속 네가 중간 세계에 있다고 일깨워주지만, 헨리는 정확하게 상황을 인지할 수 없는 상태에서 꿈을 통해 많은 것들을 회상하고, 상상하고, 아파하고, 후회하고, 감사하고 사랑한다.


유난히 섬세해 숫자에서도 색을 느끼고 감정에서도 색을 느끼며 눈으로 정확히 보이지 않는 것들도 감지하는 샘은 그런 아빠를 엄마 몰래 살피러 다닌다. 그러던 중 발레리나였으나 교통사고로 혼자 남게 되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소녀 매들린을 보게 되고 그녀의 분위기, 눈빛에게서 많은 것을 느낀다.


헨리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헨리의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에 꺼져버리라고 메몰차게 돌아선 에디.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지만 되돌릴 길 없는 시간을 보낸다. 자신을 절실히 사랑하는 이도 생겼다. 그러다 헨리가 사고를 당하고 그녀를 사전 의료 지시서에 결정권자로 등록하였기에 헨리의 삶과 죽음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존재가 된다. 꼼짝도 못하는 헨리 옆에서 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달아 가는 에디.


소설 속에서 샘의 엄마 마리프랑스는 책을 사서 끝을 보고 해피엔딩이면 읽고 아니면 읽지 않는 습관(?)이 있다. 요즘처럼 마음이 힘들 때는 그녀처럼 끝을 보고 책을 읽을까 할 때도 문득있다. 삶도 힘든데 슬프게 끝나는 책은 버거워서인 듯하다.  이 책을 마리프랑스가 읽으면 해피엔딩이라고 할까 새드엔딩이라고 할까.. 읽고 난 후의 기분도 슬픈이 기쁜지 잘 모르겠다.


읽는 내내 주인공들과 함께 꿈 속을 여행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들어서기도 하고 예전의 후회와 사랑을 다시 느껴보기도 하면서 지금의 나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종이약국>>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니나 게오르게의 글은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는데 점차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몽롱한 꿈 속을 헤매다가 하나의 길이 보여 번뜩 현실로 돌아오게 하는 글이라고나 할까. 여름처럼 격렬하거나 겨울처럼 차디차지 않은 가을에 딱좋은 소설이었다.

p. 61

두려움의 덩굴 식물이 자란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기록 보관소이다. 내 기억의 서랍과 보관함과 금고에서 악령들이 기어나온다.

p.129

그것이 문학의 마법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읽고 뭔가 달라진다.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왜 달라졌는지는 모른다. 어떤 문장을 통해 달라졌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세상은 변했고,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p.152

엄마는 상처 받은 사람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후로 엄마의 영혼에는 그늘이 져 있다. 엄마에게 또다시 상처를 입힐 필요는 없다. 나는 이따금 무엇보다도 엄마를 보호하고 싶고,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고 싶다. 다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를 뿐이다.

p. 199

이런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기회가 언제 있겠어?

p. 217

인류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늘 쉬지 않고 글을 읽는 사람.

p.224

나는 바닥에 앉아 마치 화장을 하듯 내 몸에 용기를 바른다.

p.316

나 역시 당신을 사랑해,

나는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지는 걸 느낀다. 이제야 비로소 그 감정을 인식한다. 이게 바로 사랑이야!

p.477

오로지 느끼는 것만이 가능한, 그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소유할 수 없었던 모든 것들. 우리는 그것들을 가져갈 수 있다. 심장이 겨우 몇 번 고동치는 동안 은밀히 느끼는 것들.

우리는 행복을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사랑.

(생략)

"텅 빈 심장으로 가지마." 나는 그들에게 속삭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히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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