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프레드 아들러는 몰라도 <미움받을 용기> 책은 들어본 이가 많을 것이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을 접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에, 많은 이들이 알기 쉽도록
풀어서 쓴 책이 바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미움받을 용기>이다. 하지만, 그 책을 읽었다고 아들러의 이론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기시미 이치로가 재구성한 이야기이기에, 아들러의 이야기를 직접듣고 싶다면, <아들러 삶의 의미>를 정독해보길 권한다. 다소
생소한 단어들도 등장하여 긴장하게끔도 하고, 쉽게 읽히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다 읽고 나면 오랫만에 내가 공부란 것을 했구나 하는 뿌듯함이 마구
생기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내게 뜻밖의
육아서였다.
읽는 동안 나의 양육 방식을 점검하게 되었고, 앞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목표로 삼아야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했기 때문이다.
p.43
3. 삶의 과제
오래전부터 나는 삶의 모든 과제를 공동체 생활, 노동, 사랑의 세 문제로 크게 분류해
왔다. 쉽게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우연히 제기된 물음이 아니라 우리에게 무언가를 재촉하고 요구하면서 어떤 탈출도 허락하지 않은 채 늘 우리
앞에 놓인 물음이다. 이 세물음에 대한 모든 반응은 우리의 생활양식을 바탕으로 내놓는 답변이다.
p.274
발달의 이 길, 외부 세계의 요구에 맞게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이 길을
바탕으로 우리는 삶이 지향하고 움직이는 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
p.103
인간 신체와 정신의 존전한 발달이 보장되려면 개인이 이상적인 공동체의 틀 안에서
추구하고 작용하는 자로서 적응해야한다.(생략)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런 입장에 서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그리고 둘 사이의 대립 때문에 인간 세계에는 사소한 다툼과 폭력적인 싸움이 그치질
않는다.
한 개인에게 타고난 유전적 성질, 능력보다 자라면서 겪는 경험, 부모의 양육 방식 등
후천적인 요소가 더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지금은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아들러가 처음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
같다. 책 중간 중간에도 자신의 이론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을 언급하기도 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프로이드의 이론이 절대적일 때 개인 심리학이라고
자신의 이론을 명명하면서, 공동체 속에서 개인이 발전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주장한 아들러.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우리 아이를
한 명의 건강한 공동체의 구성원(작게는 가족 더 크게는 이 시대의)으로서 자랄 수 있도록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일을
즐기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지켜봐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없이
소중한 아이이지만, 아이만을 위해서 떠받들고 키우는 일이 아이에게 오히려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마주하게 되었다. 아들러는 응석받이로
키운 아이들의 결말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줄곧 지적한다. 응석받이의 경우 어머니가 다 해결해주니 굳이 다른 이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고, 나쁜 일이 생기면 해결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기 때문에 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얘기이다. 그런 사람들은 인간사에서 사라지고 도퇴되었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공동체의식이 중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멸종할 것이라는 뉘앙스). 실패하더라도 공동체 속에서 협력하는 능력을 배운 사람이라면 그
위기를 넘길 것이고 아니면 병에 시달리거나 범죄자처럼 행동하게 된다고 한다.
P.130
'문제아'부터 시작해 보자. 당연히 우리는 아이가 협력의 동등한 참여자로 나설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오랜 기간에 걸쳐 확인할 때만 이 유형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아이에게는 공동체 감정이 부족하다.
(생략)
문제아를 다음과 같이 나눈다.
비교적 수동적인 아이들 - 게으른 아이, 나태한 아이, 순종적이고 의존적인 아이, 수줌은 아이, 심약한 아이, 솔직하지
못한 아이 등등이 여기에 속한다.
비교적 능동적인 아이들 - 지배욕이 강한 아이, 참을성이 없는 아이, 쉽게 흥분하고 격화된 정동을 보이는 아이,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 잔인한 아이, 허풍 떠는 아이, 잘못을 저지르고 달아나는 아이, 도벽이 있는 아이, 성적으로 약간 흥분된 아이 등등이 여기에
속한다.
(생략)
어느 정도의 활동성이 관찰되는지를 사례별로 확인한 것이다.
성인의 실패에서도 아동기와 대략 동일한 활동성을 기대하고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것은 특히 중요하다.
신경증 환자의 경우에는 수동적 실패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범죄자의 경우에는
능동적 실패를 더 자주 관찰할 수 있다. 어릴 적에는 문제아가 아니었는데 성인이 되어 실패자가 되는 경우에는 어릴 적 관찰이 잘못된 탓인
듯하다.
P.164
사업을 하다가 돈을 잃고 충격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이것은 아직 신경증이 아니다.
신경성 현상은 이 사람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비로소 나타난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사람이 협력 능력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했으며, 모든 것이 잘될 때만 나아갈 줄 안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랑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당연히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사랑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험, 이해력, 책임감이 필요하다.
P.170
실패의 감정에 수반되고 이 감정을 특징짓는 신체적 또는 심리적 현상들을 나는 열등
콤플렉스로 서술했다. 다만 열등 콤플렉스 중에 느끼는 충격은 잘 준비된 개인보다 그렇지 않은 개인의 경우에 더 크며, 용감한 개인보다 겁 많고
늘 외부의 도움을 구하는 개인의 경우에 더 크다.
**P.185
우리가 말하는 미덕이란 협력을
뜻하며, 악덕이란 협력의 방해를 뜻한다. 실패자로 간주되는 사람이 실패자인 까닭은 공동체의 발전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경우에 전체를
위한 기여가 빠져 있다. 인류의 전체 역사에 걸쳐 고립된 인간은 존재한다 인류의 발전이 가능했던 까닭은 인류가 공동체로 존재했으며 이상적인
공동체라는 완전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가 뜬금없이 우리가 책을 읽고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가 어쩌면 이상적인 공동체를 꾸려나가기 위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으로 살아남은 책들은 인간으로서 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추구해야하는 가치에 대해 알려준다. 과거의 일을 현재에 대입해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하는 게 바로 고전이니 말이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공동체가 바르지 않다면 그 공동체
역시 멸종하게 될 것이다. 바름이 통하는 공동체, 협력이 미덕인 공동체. 결국 바른 개개인이 서로 협력하여 만들어 가는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패해도 서로 안아줄 수 있는 공동체, 내가 손해를 봐도 지키고 싶은 공동체가
개인의 뿌리를 튼튼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바름의 기준을 발견하기 위해 고전을 읽고 공유하고 실천해야할
것이다.
P.278
공동체 감정이란 무엇보다도 영원한 것으로 간주될 만한 공동체 형태의 추구를 뜻한다. 이것은 예건대 인류가 완전의 목표에 도달했을 때
공동체가 띨 형태와도 같은 것이다. 이것은 결코 현존하는 공동체나 사회가 아니며, 정지적인 또는 종교적인 형태도 아니다. 이것은 오직 완전을
위해 가장 적합한 목표, 전체 인류의 이상적인 공동체이자 진화의 마지막 성취가 될 목표다.
P.287
과거와 현재에 걸쳐 개인과 대중의 삶을 자세히 고찰해 보면 더 강력한 공동체 감정을 얻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인류는 이
문제를 알고 있으며 이 문제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음에 틀림없다.
**마음에 남는 문구
P. 97
인간이 된다는 것은 곧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P.106
공동체 감정의 훈련을 아직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공동체 감정이 발달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을
기대하는 식으로 너무 성급하게 무거운 시험을 부과하지 말아야 할 의무도 있다.
P.107
특히 부모의 응석받이 때문에 제대로 학습할 기회가 없었던 타인과의 협력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아이는 공생 과제의 면피와 편안함만 찾게 된다.
P.187
옳은 견해를 가지는 것이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