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평평했을 때 -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과학의 모든것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한혁섭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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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내 책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인데, 이 책의 표지를 보더니 왜 지구가 이렇게 생겼냐며 호기심을 보인다. 그제서야 내 눈에도 표지의 지구가 눈에 들어온다. 6살 아이도 지구본의 영향으로 지구가 동그란 구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데 지구가 둥글다고 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은 이들도 있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다. 하지만, 그때는 그것이 진리였고 그에 반하는 것은 신에게 반하는 것이었기에 알고도 모르고 몰라도 그리 믿는 수 밖에 없었다. <BELIEVE OR NOT_지구가 평평했을 때_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과학의 모든 것>은 이처럼 잘못 알았던 과학으로 인하여 인류가 겪어야했던 황당한 일들을 소개하고 있다.

1. 과학책이라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과학 카테고리에 속한 책은 읽기도 전에 기가 죽고, 읽으면서 더 힘든 편인데 <지구가 평평했을 때>는 일단, 책 두께부터가 얇다. 내용 역시 과학적인 내용을 다르고 있지만 주제 자체가 흥미롭고 읽기 쉬우며 저자가 독자에게 어찌해서든 웃음을 선사하고자 한 노력이 느껴질 정도로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 그래도 상상하기 어려울까 친절한 사진 자료도 풍부하다.

 

이야기들 사이 사이에 '당신이 모르는 과학의 진실'이라는 파트가 있어서 이 부분만 쑤욱 훑어보아도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상식 이야기들에 놀라게 된다. 흔히 열은 올라간다 내려간다라고 표현하지만 열 자체가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주변에 균등하게 분산된다는 이야기에서 '우와!진짜?'를 외쳤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당치도 않는 아이디어들도 소개되고 있다. 토끼를 줄이기 위해 양을 풀었고 병까지 발병시킨 사건, 1950년대에 보르네오 섬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모기를 죽이려고 DDT를 살포하고 그 결과 생태계가 무너지고 고양이도 다 죽어버려 쥐가 늘어나 고양이를 낙하산으로 투하한 사건들도 소개하고 있다.

2.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들

 P.7

지난 몇 세기에 유행했던 대부분의 어리석은 가짜 과학은 인류에게 거의 또는 전혀 피해를 주지 않았으며, 새로운 과학 발견이 빛을 비추면서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가짜 과학 중 하나인 골상학Phrenology은 당시에도 엄청난 불의와 불행을 초래했고, 20세기 말에 무덤에서 불러내어 대량학살을 조장하였기 때문에 인류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는 잘못된 과학 혹은 잘못된 것을 알지라도 종교적, 정치적인 배경을 가지고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용서하기 어려운 사건들이다. 어떤 일들은 그게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한들, 그리해서는 안되지 않았나 하는 과학은 핑계일 뿐인 사건들도 있어 읽는동안 분노가 일기도 했다.

한결같은 어리석음 중

p.  62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런 어리석은 생각이 잘못된 증거가 있는데도 그냥 넘어갔는지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고대 그리스 사람은 항구로 들어오는 배가 돛대 끝만 보이다가, 다가올수록 나머지 부분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을 보고 지구가 둥근 것을 알아차렸다. (생략)

중세에는 그리스인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교회에 맞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이는 과학적 사실을 외면하고 실제와 다른 것을 사람들이 믿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짚은 대목이다. 알면서도 모른척 해야하는 것이 과학이 되기도 한다.

 

충격적이었던 내용 중 하나는 출산을 집도하는 의사의 위생이 중요함을 찾아낸 제멜바이스의 최후였다.

p.90

 

부검실을 집중적으로 확인하면서 제멜바이스가 처음 지적한 것은 학생과 교수가 학생과 교수가 평소에 손을 씻지 않고 치료실과 실험실로 곧장 간다는 것이었다. 그는 즉시 염소계 표백제를 물에 녹인 물에 손을 씻는 규칙을 만들었고 사망률은 어느새 90퍼센트 줄었다. 두 달 후에는 사망률이 거의 0퍼센트가 되었다. 하지만 제멜바이스는 영웅 대우를 받는 대신 불량 학생처럼 손을 씻으라고 지시를 받는 동료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그는 정신이 나갔다고 몰려서 심하게 맞아 보호시설 지하 교도소에서 숨졌다고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싶지만, 어쩌면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또 하나의 충격적 사건. 우생학이라는 명분으로 자행된 끔찍한 일들

 

p.56

 

오랫동안 진행된 미국 우생학협회의 수상한 쌍둥이 실험은 좌절되었지만 히틀러를 이용하여 실험을 재개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1932년 5월 13일 록펠러재단 뉴욕 사무소는 파리 사무소에 다음과 같이 서한을 보냈다.

"6월 간부회의, 쌍둥이에게 유해 물질을 투여하는 차세대 연구에 3년 동안 9천 달러를 KWG 인류학 연구소에 지원."

당시 카이저빌헬름연구 소장은 미국 우생학협회에 잘 알려진 오트마 프라헤르 본 베르슈어르였고 그의 조수인 요제프 멩겔레와 카리 마그누센은 나중에 각각 악명을 떨치게 된다. 베르슈어르의 지도와 록펠러의 자금으로 멩겔레는 나치 친위대와 아우슈비츠를 이끌었으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쌍둥이 실험을 시작하였다.

 과학과 역사를 잘 모르던 나로서는 쌍둥이 실험은 처음 접했는데,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건 과학이라는 단어로 용서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는 일들이었다.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일인데, 이런 사람이 처벌 받아 죽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고로 죽었다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었다.

 

P. 58

 

누구나 너무 쉽게 그 길에 이끌린다는 것이 문제다. 누가 살고 누가 죽는가를 누가 결정하고, 누가 그 조건을 결정할 것인가?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은 먼저 멩겔레가 유전형질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했고, 어떻게 버렸는지 볼수 있는 모든 영상을 봐야 한다. 그런 흉측한 범죄 행위는 수백 년이 지난 일이 아니다 다른 별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멩겔레의 실험은 유럽 땅에서 불과 65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3. 시간이 지나면 지금 우리가 믿는 것들도?

 

과학적으로 밝혀졌다고 믿고 있던 일들조차 실제와 다르다는 이야기를 접하다 보니 지금 내가 믿고 있는 일들 역시 얼마 후에는 얼토당토 않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읽기도 쉽고 유익했던 책인데 별점 하나를 뺀 이유는 읽고나서 뚜렷한 메시지가 스스로 잡히지 않아서였다.

저자가 역사적으로 이러했으니 앞으로 우린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라며 직접언급하지는 않는다. 독자 스스로가 고민하게 한다. 바로 최근의 일들까지 언급했다면 공감이 더 많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경각심이 바로 느껴졌을 것 같은데 살짝 아쉽다. 그리고 표지만 보면 아이들도 읽고 싶어할 듯 한데 고환 치료나 히스테리 치료법은 아이들에게 읽히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여러 사건들 역사적 사건들을 읽으면서 이런 일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계속 전해졌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들도 떠오르면서 말이다. 왜 살균제를 써야하는지 누가 그것을 쓸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어디로가고 균을 죽여준다는 이유로 인체에 해로운 것을 만들고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는지를 떠올린다면 이 책에서의 일들이 단순이 역사 속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다가올 미래 과학에도 이러한 고민이 필수적이지 않을까? 과학적이라고 해서 끝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과학인지,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계속 고민해 나가야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이 리뷰는 영진닷컴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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