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브라질의 작가가 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어본 독자라면 이 책 역시 그와 맞먹는 한국적인 감동과 신선함을 선사하실 겁니다. 최근에 이 책이 만화, <나 어릴적에 1,2,3>, 이희재의 그림으로 출간이 되었는데, 역시나 내용의 핵심을 잘 잡아 그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좋은 책을 학생들(초등학생)에게 꼭 소개를 해주고 싶었는데 고마운 만화가덕분에 가능하게 되었고, 학생들이 무척이나 신나게 읽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시절, 오로지 교과서와 참고서만 봐야하는 명문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시절이 있었죠. 두 가지 종류의 책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기타 서적과 감동적인 책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어두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함께 하숙하던 친구(서울대 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가 있었는데,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보여주어 읽고는 한참이나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난소공을 읽고선 도덕책이 엉터리라 생각을 했었고, '제제'를 읽고선 어찌나 가슴이 저리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을 느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민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홉살 인생>은 한국판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라고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무척이나 웃기고 신나면서도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책이죠.

이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이 책을 다시 보는데 예전에 느꼈던 감정과 사뭇다른 감정으로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군요. 책속의 아이들이 내 아이라 생각되고, 토굴할머니의 죽은 아들 이야기 등등이 가슴을 후비파는게 도저히 읽어내려가기가 힘듭니다. 책을 덮고 커피 한 잔, 심호흡으로 울렁거리는 감정을 추스려봅니다. 책이란게 뭔지.. 반복! 반복! 이렇게 가슴저려하면서도 같은 내용을 몇번이고 읽게됩니다. 뭐가 나온다고.. 가슴만 저리는데도...

얇아 빨리 읽을 수 있죠.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저 처럼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이시라면 꼭 읽어보세요. 잊어버린 어린시절을 기억하시지 못하시면 아이를 이해하기 힘들거예요. 그 시절, 어른이 되면 꼭 이러지 말아야하는 것들 있었죠? 잊어버리면 아이를 잃게되죠. 어린이는 어른이 아닌 어린이 그들만의 세계가 있답니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 사는게 아니라, 살다보니 어른이 되는거죠. 위기철님의 이야기지만 미국의 철학자 듀이가 한 말이기도 하죠.

부산서, 알라딘을 통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독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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