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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나무와 열한 가지 이야기 -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 우화 그림책 Fables for Grandchildren
이영 지음 / 꿈과비전 / 2019년 6월
평점 :
성자가 쓴 우화집
한 달쯤 전 아침에 일어난 뒤 습관대로 손 전화를 열자 몇 개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어느 택배 기사의 메시지로 늦은 밤에 택배 물건을 문 앞에 두고 간다는 것이었다. 이즈음에는 배달 물량이 많은 관계로 늦은 밤까지, 심지어는 다음날 이른 아침까지도 배달하는 모양이다.
그 택배는 다름아닌,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 우화'(Fables for Grandchildren) <넷째 나무와 열한 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글 이영 / 그림 우나경'으로, 저자 이영(Young Lee, MBA)은 꼭 40년 전 교실에서 만났던 제자였다.
그는 미국 시키고 일리노이 대학에서 어카운팅 디렉터(Director of Accounting and Administration)로 봉직하고 있는, 여섯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에서 살면서도 연말이면 크리스마스카드를, 때때로 긴 손 편지를 이따금 보내주는 제자였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우화다. 글 반, 그림 반으로 모두 열한 가지의 우화를 담고 있었다. 이런 우화는 한꺼번에 읽기보다는 여러 날을 두고 하나하나 되삭임질 하면서 읽는 게 좋다. 게다가 이 여름 나는 새 작품을 집필하고 있었다. 그 작품의 초고를 며칠 전에 탈고한 뒤부터 틈틈이 책을 편 뒤 오늘 아침에야 이 우화집을 다 읽었다.
나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다. 그때는 6.25전쟁 직후로 책이 무척 귀했다. 심지어 교과서마저 없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시절이다 보니 대부분 시골 어린이들은 사실 우화나 동화 같은 책은 읽지 못하고 자랐다.
나는 어른이 된 다음 뒤늦게 이솝우화나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었다. 나는 그때마다 이런 책을 어린 시절에 읽었더라면 내 인생이 훨씬 달라졌을 거라는 그런 아쉬움이 엄청 컸었다.
사실 좋은 우화나 동화는 아무나 쓸 수가 없다. 최소한 쉰은 넘긴 작가, 인생의 산전수전 및 공중전까지 다 치른 이만이 쓸 수 있을 테다. 내가 아는 이영 박사는 한국에서 어렵게 대학교를 마친 다음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30여 년 시카고에서 대학생 선교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어린이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설교자로 하나님을 섬겨왔다.
나는 그의 우화집을 읽으면서 여기에 실린 이 우화들은 저자의 그동안 삶이 농축된 이야기들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 우화들은 더 강한 울림을 주었다.
이 책의 특징은 한글과 영문으로 이야기를 쓴 뒤 거기에 그림을 곁들여 국내 어린이뿐 아니라, 세계 각지 동포들의 자녀들에게도 들려주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아마도 언젠가 이 책은 아주 귀한 하나님의 복음과 같은 우화로 자리매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이 우화를 읽는 내내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낫다는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한때 그를 가르쳤다는 게 이렇게 뿌듯할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