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50가지 전쟁 기술 - 고대 전차부터 무인기까지, 신무기와 전술로 들여다본 승패의 역사
로빈 크로스 지음, 이승훈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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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는 격언을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이, 이는 너무나 명백한 대명제이다. 역사를 통틀어 평화의 시간보다 그렇지 못한 시간이 월등히 길었음은 우리 모두가 절실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다소 아이러니한 점은 타인을 향한 살육과 약탈, 강간의 시선으로 가득 찬 전쟁을 통해 인류는 놀라운 기술적 진보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우월한 기술력을 지닌 한 측에 대해서 다른 한 측은 살아님기 위하여, 모방-진화를 통한 수렴진화로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 결과, 기나긴 역사를 통틀어서 쌍방의 기술력의 차이가 전쟁의 승패를 가른것은 콩키스타도르의 남미 정복 외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정도로 기술은 교전 쌍방 모두에게 강력한 자극을 주었다. 그렇다면 결국 전쟁 무기 기술이란것은 대국적인 측면에서는 큰 영향이 없는것인가?


이 책은 인류의 기나긴 전쟁사에 한 휙을 그은 수많은 무기-기계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물론 하나 하나가 한 권 전체를 투자해서 설명해도 부족한 중요한 물건들인 만큼 자세하게는 소개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표지에 나온 그대로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얇고 넓게 지식을 뿌려주는 용도로는 나름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한 예로 기관총을 들어보겠다.


미국인 사업가 하이럼 맥심이 발명한 이 악마의 무기는 본 서적의 표현을 빌리자면 '과거에 병사 40명이 낼수 있는 화력을 한 사람이 낼수 있게' 해 주었다. 이 무기의 영향으로 1차세계대전이 지리한 참호전양상을 띄게 되었고 수많은 생명이 무인지대에서 산화한것은 익히 알고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이전, 찬란한 벨 에포크 시대에 기관총의 등장이 제국주의 확장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과거에는 유럽열강의 화력우세라고 한들 숙련된 전사계급의 기습, 게릴라 등으로 절대적인 수적열세는 극복할수 없었다. 하지만 기관총의 등장 이후로 숙련될 필요조차 없는, 갓 배정받은 신병이라고 한들 단지 방아쇠 당길 힘만 있고, 상대를 볼 눈만 있다면 100명이 넘는 숙련된 전사계층의 공격도 성공적으로 방어할수 있게 된 것이다. 혹자는 기병시대의 종말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맘룩기병대의 돌격이라 칭하지만, 본인은 기관총의 등장이야말로 과거와 이후의 전쟁 양상을 영원히 바꿔버린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산업혁명으로 터져나오는 서구의 기계공업의 정점. 그 상징이 기관총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예로 드래드노트 전함도 있다.


과거의 모든 해상전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 거함거포의 시초이자, 해양전력 레이싱의 신호탄, 진정한 의미의 레짐체인지에 적합한 전함이다.


이런 흥미로운 물건들 50여종에 대한 개론적 설명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수 차례 언급했지만, 이 책에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심화지식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해당분야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게 된 독자를 위한 친절한 가이드 북일 뿐이니까, 이런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나름 적절한 안내서라 평할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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