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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서양사 ㅣ 만화라서 더 재밌는 역사 이야기 1
살라흐 앗 딘 지음, 압둘와헤구루 그림 / 부커 / 2022년 11월
평점 :
과거부터 신사의 은밀한 취미라 함은 역덕, 밀덕, 씹덕을 말하니 이를 통틀어 삼덕일체라 하였다.
그렇다, 본인또한 당당한 신사로 이런 고상한 취미를 향유하고 있으니 이 책에 거는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던것
거의 10여년간 역덕질을 하는 입장에서 고이고 고이다 못해 석유화+화석화가 일어나는 역밀덕계에 새롭고 풋풋한 어린양들을 납치+유인할 좋은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본 것이 사실이다.
마침 연말이고 성탄이라 좋은 선물 하나 받는 느낌으로 설램을 느끼며 기다린 끝에 배송을 받았다.
그리고 대망의 만남은 참으로 잔혹했다.
강렬한 인상을 준 책 표지에서 본인은 과거 흥미롭게 보았던 굽시니스트 2대전 만화같은 화려한 볼거리와 위트있는 내용을 기대하였다. 하지만 희망이 클수록 언제나 절망도 커져가는법, 불변의 진리는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책은 제목 그대로 서양사 전반을 몇몇 전쟁사에 초점을 두고 쭈욱 훑어준다. 전반적으로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에 큰 영향을 받고+시오노 나나미의 저서를 많이 참고한 듯한 내용적인 느낌이 강렬하게 오는 내용 기술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보고 새롭게 얻을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책을 읽는 목적에서 습득할수 있는 정보가 없다면 순수하게 재미로 보는것도 물론 가능하다. 만화책을 볼때 엄근진 방침을 유지하는것 보다 다소 뇌를 비우고 가볍게 보는것이 우리 모두의 정신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건 인류 전반을 관통하는 비결이니까. 하지만 재미적 측면에서 접근하기에는 다소 성의없는 그림체와 대사의 얕은 깊이가 너무 거슬렸다. 보는 내내 이걸 굳이 봐야하는 이유가 무얼까? 라는 의문이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고, 동로마 제국 멸망파트를 간신히 넘긴 이후에는 뒷 장을 봐야할까? 라는 흥미 이전에 의무감으로 어떻게든 완독을 해낸것 같다. 나의 의무감 매우 칭찬해
물론, 만화 특유의 접근성으로 독자들에게 보다 가볍게 어필함으로 새로운 인재 유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동시에 그렇게 보기에는 만화 자체의 매력이 이 바닥을 모르는 외부인을 유인할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즉, 역+밀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뭐지? 하고 지나칠 책이며, 반대로 이 바닥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소 불성실해 보이는 서술과 얕은 깊이, 그리고 지나치게 많은 인터넷 조어와 과장스런 표현으로 도리어 피로감과 항마력을 깎아먹는, 일반인과 신사들 양자 모두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불우한 아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그렇다고 하여 단점만 가득한것은 물론 아니다. 인물들의 초상화+유물등에서 표현된 특유의 얼굴을 이등신화 시켜서 캐릭터화 시킨 시도는 참신했다고 평가할수 있겠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것이 아니라 미취학 아동, 혹은 초등학생들에게도 어느정도 어필할수 있는 나름 귀여운? 그림체로 이제 자라날 어린 역+밀덕들을 위한 가이드북 역할은 수행할수 있을듯하다. 과거 어린 우리에게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가? 지금도 크로스 보우를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어 십자궁?' 이 자동재생된다, 이원복 교수! 내 머리에서 나가!!
이렇듯, 콘티 느낌으로 조금 더 갈고 닦았으면 교양있는 신사들에게도 어필할수 있는 좋은 소재였을텐데 한편으로는 다소 아쉬운 느낌이 못내 남는다.
한줄요약-미끼는 크고 탐스러운듯 하였으나, 낚을수 있는 고기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