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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 - 그냥 지는 전쟁은 없다 ㅣ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1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2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병자호란-그냥 지는 전쟁은 없다'
비록 제목이 스포일러지만 애초에 역사가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모두에게 정해져 있는 슬픈 새드엔딩속에서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을수 있을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병자호란을 살펴보려면 늘 그렇듯이 우선 여진의 발호부터 알아봐야 한다.
여진 중에서도 조선과 인접한 압록강 유역에 거주하던 여진부족을 명나라에서는 건주여진이라 불렀다.
이 건주여진의 추장 누르하치가 여진을 통일하고, 임진왜란으로 인한 공백기를 이용하여 만주의 패자가 되는 과정까지를 1부로 다루고 있다.
특이한점은 전공서적같은 높은 진입장벽을 없애기 위해서인지 책 중간중간에 구술체가 아주 많다. 교양서적도 아닌 그냥 평범한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무난하고 부드럽게 읽어나갈수 있어서 가독성이 아주 좋았다.
여진의 동향을 살피던 신충일의 독백과 조선내 여진통으로 유명한 허균의 탄식에서 당시 조선이 가지고 있던 안일하고 무사 태평한 인식을 함축적으로 전해주는게 독자로 하여금 한층 더 당시 시대상에 빠져들게 만든다고 생각한다.여기에 더해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지도가 독자의 편의성을 더해준다. 특히 전쟁사에서 지도는 필수불가결, 누르하치의 만주 전격전을 가독성있게 파악할수 있다.
1부는 누르하치의 발호와 명의 몰락, 그리고 만주와 요동의 상실로 인한 모문룡의 가도이벤트가 메인이다. 당연히 1부의 종국은 만주의 상실로 여진과의 완충지대를 상실한 조선과 여진의 충돌 예고다.
가도에서 게릴라전을 펼치며 나름 여진을 견제하던 모문룡의 사망, 그리고 뒤 이은 원숭환의 처형, 사실상 견제세력이 사라진 여진은 대대적으로 압록강을 건넌다, 병자호란의 시작이다.
2부는 책의 메인 테마인 병자호란 그 자체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룬다.
임용한 교수님 저서가 다 그렇지만 역사 자체보다는 오늘날에 대입해서 어떤교훈을 얻을수 있는지에 초점을 많이 맞추시는데, 여기서도 당시 조선의 안일한 대비+추풍낙엽같은 초반부에서 많은 교훈을 주시려는듯 하다.
2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병자호란 당시 '조선의 모든악'으로 통칭되는 김류에 대해서 의외로 일관적인 비판은 하지 않으신다는 점이다. 행정관료 차원에서 김류의 노력 자체는 높이 평가하시지만 결국 군사적 측면에서는 실패한 관료 정도...?의 뉘앙스라고 보여진다.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를 돌아보는 노력은 언제나 칭송해 마땅한듯 하다.
조선의 마지막 요새이던 남한산성, 부족한 물자와 땅에 떨어지는 사기, 한파속에서도 조선근왕군의 분투는 눈부셨다. 왕을 지키기 위한 충성심의 발로인지, 처 자식을 향한 가장들의 피끓는 투혼인지, 아니면 그저 살아남기 위한 민초의 항쟁이던 간에 전투 자체에서 조선군의 전과는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전략 차원에서는 이미 의미없는 항쟁에 가까웠지만.
대국을 잘못 읽은 무능한 정치인들의 탓인가? 아니면 천명을 타고난 한 영웅에 의한 피할수 없는 운명이었을까? 이유야 무었이든 역사는 변하지 않는다. 인조는 삼전도의 굴욕을 맞이하고 조선은 명과의 관계를 단절당하게 된다. 슬픈 결말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조금이라도 느낀바가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의미는 있을것이다.
본 도서는 레드리버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