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 생김새의 생물학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장경환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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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와 가깝지 않은 것들이 흥미로울 때가 있다. 아주 이따금씩 모르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싶어진다. 특히 충동은 서점의 과학 서적 코너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평소엔 눈여겨 본적 없던 생물, 탐사, 진화, 실험과 같은 단어들이 갑자기 반짝여보인다. 그럴 아는 하나 없는 분야일지라도, 괜히 덥썩 집어들어 구매하는 것이다. 얼마전엔 그렇게 구매했던 조류학자 가와카미 가즈토의조류학자라고 새를 좋아하는 아닙니다만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이번엔,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또한 제목부터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일본의 동물생리학자모토카와 다쓰오교수가 집필한 책이다. 사실 모토카와 다쓰오의 책을 이전에 읽어본 적이 있다.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이라는 다쓰오 교수의 대표작이었는데, 때도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코끼리와 라는 이유로 꺼내 들어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다. 동물의 크기가 다르면, 그들의 경험하는 시간의 속도 또한 다르다는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해석한 내용으로, 나와 다른 동물들은 어떤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는지, 그들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있었던 멋진 글이었다.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동물들의생김새 집중한다. 모든 동물은 각기 다른 구조를 지니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산다. 저자는 동물들의 몸구조의 차이를 중심으로, 그들의 독자적이고 다채로운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동물을 분류하는 34가지의 (생물 분류 단위 하나) 대표적인 자포동물문, 절지동물문, 연체동물문, 극피동물문, 척삭동물문을 위주로, 특히 그중에서도 저렇게 생겼지?’ 하고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흐물흐물무척추동물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꿈틀꿈틀 유쾌하지 않은 인상의 곤충, 살아는 있는건지 의심이 될정도로 기묘한 형태의 연체 동물, 아주 딱딱한 껍데기를 뒤집어쓴 바다동물, 1초에 수백번 진동하는 얇은 날개... 동물들의 괴상한 생김새는 모두환경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한 진화에서 왔다. 진화는 생물이 부분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중첩되면서 일어난다. 책을 통해 동물들이 어떤 과정을 겪어왔는지 살펴보니 변화 과정이 아주 역동적이고 신비롭다. 같은 생활 환경에서도 다른 전략을 선택해 살아남는 . 누구는 빨리 달리고, 누구는 느리게 달리며, 어떤 동물은 단단한 갑옷을 입고, 어떤 동물은 부드러운 몸을 하고 틈새로 숨어든다니. 동물들이살아남는 방법 그저 처절하고 숨가쁜 것이 아니라, 물리,화학,수학적 원리를 몸으로 끌어안고 조금씩 변화해가는, 그야말로 매력적인 단계의 연속이었다. 


사실 책의 모든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에는, 요구되는 생물 관련 지식이 광범위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친절한 과학자인 저자는 일러스트와 같은 시각자료, 심지어 직접 만든 노래까지 곁들여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단순하게 그려진 모식도는 동물의 신체 부위를 알기 쉽게 표현하고 있으며, 용수철, 로켓과 같은 구조에 비유하며 자세히 묘사하니 처음 보는 동물의 구조더라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있다. 장의 끝마다 실려있는 동물 찬가는 정말사랑스러움 자체인데, 1절은 기본이고 4절까지 이어지는 귀엽고 재치있는 가사를 보고 있자면 저자가 얼마나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많은지 눈에 읽힌다.


극피동물문 챕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해삼 천국 가사를 보라. 


보지도 않고, 귀도 코도 없단다- 근육은 있다지만 아주 적단다- 

보고 있어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래도 해삼이 동물일까요-? 

어떻게 이렇게 있을까요, 왠지 전혀 수가 없어요- 

그런 걱정 전혀 없어요-  에너지절약 챔피언 야호! 

모래 먹고 사는 우리들의 , 모래 씹어먹는 우리들의 -

세상의 생활같지 않아 행복해, 모래를 먹고 먹고 모래 먹고 먹고- 

여기가 바로 바로 해삼 천국이라네, 여기가 바로바로 해삼 파라다이스라네-!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모든 동물들, 각각의 개체들의 살아가는 삶은 이토록 경의롭고 멋지다. 그들의 삶들을 훑어가다보면, 전작인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같이 인간중심주의적인 관점에서 한발짝 물러서게 해준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고, 저들은 저렇게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의 위치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버텨내고 있다. 충분히 , 살아가고 있다.



p.s. 멍게, 해삼, 성게, 이제 너희들을 먹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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