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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단어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93
유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6월
평점 :
이 시집을 읽으면 그런 기분이 든다. 현란하게 꾸며놓은 아케이드를 거닐다가 기왓장 하나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 그런데 이 기왓장은 그저 단정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기왓장에는 아라베스크 문양이 보일 듯 말 듯 새겨져 있고, 곳곳에는 누군가가 밤새 흘린 눈물이 얼룩져 있다. 코를 갖다 대면 짭조름한 냄새가 난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라면서 어쩔 수 없이 지워버린 어떤 희미한 낌새가, 이 시집에는 있다. 한껏 멋을 부리지 않아도 멋쟁이가 되는 법을 터득한 자만이 할 수 있는 말들이, 이 시집에 있다. “오늘”과 “아침”과 “단어”가 마침내 ‘소년’과 사자대면을 했을 때, 이 네 개(명)의 개별자들은 한없이 근사하고 눈부셔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