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의 모든 것 문학과지성 시인선 385
이기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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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풍요로운가? 과연 풍요롭기만 한가? 불안한데도 가을이니까 부러 말짱한 척하지는 않는가? 이기성의 이 시집은 우리에게 타일을 살짝 들춰보라고, 가면을 한번 벗어보라고 꾄다. 그렇다. 우리는 풍요로우면서도 뭔가 불안한 것이다. 황금빛 논 앞에 서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어도 어떤 사단이 날 것 같은 것이다. 어떤 순간은 너무 완벽해서 결국 와장창 깨져버리지 않던가. 그러나 어떻게든 이 불안함을 껴안고 가려면, 불안의 색깔을 하나씩 배워가기 위해서는, 의지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 시집은 바로 그런 시집이다. 갈피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설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 깊이를 종잡을 수 없는 저수지에 발을 밀어 넣는 심정과 그 저수지가 품고 있는 꿍꿍이를 파헤치기 위해 요리조리 눈알 굴리는 심정이 공존하는 책. 이 책을 다 읽으면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아침은 충분히 어둡습니다만, 밤에는 어쩌면 밝아질 수도 있잖아요. 희망이 됐든 뭐가 됐든 솟아오를 수 있잖아요, 불쑥. 그렇게 우리는 용감해지고 천연덕스러워진다. 곧 들이닥칠 서슬 퍼런 겨울 앞에서, 함께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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