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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 ㅣ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4
장이랑 지음 / 폭스코너 / 2023년 9월
평점 :
토셀리의 세레나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면서도 가슴이 찡한 그런 느낌인데, 장이랑 작가의 <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이 그런 느낌이다. 중3 선택적 함구증 소년 이서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아프리카 누나 이시와의 화학작용이 오늘 아침에 먹은 따끈한 버섯수프처럼 심장을 데워준다. 좋은 문장들을 읽는 것도 큰 재미인 것 같다. 몇 가지 소개하는 것으로 리뷰를 마칠까 한다.
애니웨이, 너희들도 이건 제대로 알지? 슬픔이나 고통을 느끼는 것까지 선택적일 순 없다는 걸 말이야. 소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연습이 필요한 것도 아니지. 그런 건 뇌와 가슴이 직렬로 연결된 것처럼 곧바로 오니까. 다만, 뭐라 말로 설명할 방법이 없을 뿐!
(17페이지 중. 선택적함구증 앓는 이서가 자신의 답답한 심경을 대변하는 문장 같다. 나도 같은 기분을 여러 번 느꼈는데 그 고통이란 건 정말로 소요 시간이 30초도 안된다. 순식간에 사람을 얼어붙게 만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친구들이 있는 교실이 점점 무서워졌다. 하루종일 불안했고, 수시로 심장이 덜컹거렸다. 언제라도 마음껏 울 수 있는 안전지대가 내겐 무엇보다 절실했다. 그래서 내가 장례식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가장 슬퍼 보이는 빈소’였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었지만 내 시력은 본능적으로 알아보았다. 상주의 눈이 진정으로 슬픔 가득한 눈인지, 아니면 슬픔을 가장한 홀가분함이나 기쁨 같은 것인지 말이다.
(100페이지 중. 이서의 짝꿍 지유가 아이들에게 왕따 당한 뒤 느낀 불안함과 무서움을 표현한 것인데 요즘 뉴스에 나오는 학폭 사건을 보면서 가슴이 완전 먹먹해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한자리 차지하는 위정자들처럼 돈도 없고 뒷배도 전혀 없는 집안의 아이들은 자신의 고통을 주변에 제대로 알리지도 못할 테니까 말이다. 특히 지유는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이런 얘기를 털어놓을 사람조차 없잖아!)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또다시 절망의 늪에 빠질지라도 지금의 이 반짝이는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걸 하늘에 있는 엄마는 알고도 남겠지?
(138페이지 중. 맞다. 그래도 사람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 아마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주는 따신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아직은 믿고 싶다. 이서의 손을 잡아준 이시 누나, 민수, 지유, 마동석 삼촌,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이시 누나의 수다쟁이 친구 쏙 등등. 아직은 따신 세상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이 문장을 쓴 것 같다. 나도 그런 세상을 꿈꿔본다.)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또다시 절망의 늪에 빠질지라도 지금의 이 반짝이는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걸 하늘에 있는 엄마는 알고도 남겠지? - P138
솔직히 말하자면 친구들이 있는 교실이 점점 무서워졌다. 하루종일 불안했고, 수시로 심장이 덜컹거렸다. 언제라도 마음껏 울 수 있는 안전지대가 내겐 무엇보다 절실했다. 그래서 내가 장례식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가장 슬퍼 보이는 빈소’였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었지만 내 시력은 본능적으로 알아보았다. 상주의 눈이 진정으로 슬픔 가득한 눈인지, 아니면 슬픔을 가장한 홀가분함이나 기쁨 같은 것인지 말이다. - P100
애니웨이, 너희들도 이건 제대로 알지? 슬픔이나 고통을 느끼는 것까지 선택적일 순 없다는 걸 말이야. 소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연습이 필요한 것도 아니지. 그런 건 뇌와 가슴이 직렬로 연결된 것처럼 곧바로 오니까. 다만, 뭐라 말로 설명할 방법이 없을 뿐!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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