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 - 최서해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
최서해 지음, 곽근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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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기는 나인 박 군이 친구인 김 군에게 편지를 쓴 서간체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편지의 형태를 취한 덕분에 주인공인 박 군이 가족을 떠나 xx단에 가입하게 되기까지의 사건들과 심정의 변화가 그대로 소설에 드러나고 있다. 역시 이 소설도 카프와 계급문학에 관련해서 정보만 알고 있었을 뿐 접해보지 못했던 소설이었다. 나는 이 소설 역시 계급문학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읽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은 계급문학은 문학적으로 개연성 없고 이념에 치우쳐 결론을 정해놓고 써내려간 소설이라는 것이었다. 함께 읽었던 철야는 이러한 생각에 어느 정도 맞게 느꼈기에 탈출기역시 미심쩍은 마음으로 읽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러한 내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소설은 극한 빈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의 경험이 담겨있는 가난과 관련된 사건들은 모두 사실적이었고, 그 만큼 주인공과 그 가족의 삶에 대해 감정이 기울었다. 노력하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임신한 아내와 늙은 어머니조차 먹일 수 없다. 아내가 남이 먹다 버린 귤껍질을 몰래 먹는 모습을 지켜봐야하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애가 귀찮게 느껴지는 현실은 암담했다. 주인공인 내가 사회의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분노하고 절망하게 되는 과정은 자연스러웠다. 나는 자신의 괴로운 심리를 적나라하게 내비추고 있는 문장들을 읽으며 주인공의 마음에 동조하고 있었다. 비록 결국 제도를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가족을 떠나 xx단으로 간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서는 가족을 버리고 현실에서 도피했다는 생각이지만 어느 정도는 주인공의 생각에 동의하게 되는 대목인 것이다.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분노와 절망의 과정을 동조해 가며 읽으면서 나는 다시금 내 편견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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