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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다 - 삶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
샬럿 조코 백 지음, 안희경 옮김 / 판미동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위대한 가르침과 조우할 수 있는 우리는 행운아다.'
위 책에 나오는 구절(167p)대로 조코 백 선생님의 말씀을 조곤조곤 들었던 내내 그리고 그 책을 덮고 몇일이 지난 지금도 그 행운과 함께하고 있다.
'마음공부'라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게 가볍고 유쾌하고 평화로웠다. 아직도 삶은 내게 무겁게 다가 오기도하고 답답함으로 짓누를 때도 있고 두려움 속에 휘둘릴 때도 많이 있지만, 그 속에 매몰되어 혼절하지는 않는다. 얼마나 감사한지..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라 한걸음씩 걷다보니 주변에 널브러져 나를 옥죄던 틀들이 하나씩 둘씩 스러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오래도록 소망했던 내 안의 자유가, 자유를 맛보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자유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게 하는, 내 안에 걸리는 뭔가가 있었다.
그게 무엇일까?
어렴풋이나마 그것은 바로 깨달음의 열망, 아니 욕망이 나를 잡고 있다는 것.
나를 구속하는 틀이 하나이든 여러 개든 문제되지 않았다. 틀은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므로.
깨달음, 그것이 목표가 아니라고 스승은 말씀하신다.
머리로는 알겠다.
그런데 그것이 아직 가슴으로는 내려오지 않는다. 그러고 싶은데...
그래서 그렇게 좌선에 집착했었고 그것을 념하는 만큼...번번이 실패했었다.
그런 나를 주시하며 빠져나갈 핑계거리를 끊임없이 대주는 나를 또 주시하고.
이것이 내 모습이라면 갈 때까지 가보리라. - 이 마음을 먹는 나를 또 주시하며 신의 자비, 나를 이끌어주실 신의 자비를 청하며 '때'를 기다렸는데....
<가만히 앉다>를 만났다.
명상 아쉬람을 만난 것하며 이곳에서 수많은 스승들과 벗님들의 기운을 받는 축복에 더하여 조코 백 선생님의 생생한 육성으로 욕망에 조종되고 있는 나를 만나는 기회를 얻었으니...
그 기회인 座禪을 제대로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흘...오늘로 24일 째.
가.만.히.앉.다!
모든 수행은 우리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며 진정한 자아를 이해하기 위한 집중명상의 첫 발을 내딪기 위한 준비를 하는 마음으로 앉는다. 아니, 이런저런 생각없이 이제는 그저 앉.는.다.
길지 않는 시간동안 수천번 수만번씩 널뛰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중간에 일어서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다.
내 몸이 아닌 듯한 불편함도 지켜보면서 가만히 앉아 있다.
이것이 참선인지 좌선인지 뭐가 뭔지를 모르겠지만 이제 하루를 거르지 않고 香 하나 사를만큼의 시간동안, 그저 가만히 앉을 수 있다.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기특하다 내가.
이렇게 하루 이틀..가다보면 무언가를 찾을까? 만날까?
크게 궁금하지는 않다. 만나고 싶은 찾고 싶은 열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렇다는 것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경험할 때 자아의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그 죽음에서 벗어나 그 죽음을 여의고 꽃이 피어난다.
.......
"고목나무에서 꽃이 핀다" (282p)
삶을 통달하여 이해할 때 어떤 상황이건 그 자체로 극락이 된다는 말씀을 얼핏 일별한 기쁨을 맛보았다면....이해하시겠는가?
이쯤에서 '바라본다'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찾기에 대한 생각을 뒤집어야 한다. 수행은 일종의 뒤집기다. 깨달음이란 찾을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자세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159p)
모든 수행은 우리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며, 순수하게 경험하기다. 그곳에서 매우 합당한 생각하기와 행동이 피어날 것이다. 보통은 이렇게 하기가 불가능한데, 그 대신 머릿속에서 회전되는 생각과 의견에 복종하며 행동한다. 이는 꺼꾸로 가는 것이다. .... 좌선을 하면서 우리는 스스로 하고 알고 있는 것이 전체의 극히 일부였음을 보게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양이 증가할수록 우리 행동도 전환되는데, 이는 우리가 짜 놓은 틀이나 기억에서 나오기보다 그 순간의 삶 자체에서 나온다. 이것이 진정한 자비다. 우리가 더욱더 진실하게경험하며 살아갈수록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특정한 방식 안에서 행동했고 마음을 써 왔는지 보게 된다. 몸과 마음에 걸어 놓았던 조건을 보게 된다.(184~185p)
당신의 몸과 마음을 놔주라. 잊어버리라. 당신의 삶을 붓다의 도량 속으로 던져라. 붓다에 의해 옮겨지는 대로, 이끌리는 대로 사는 것이다. 육체와 정신적 힘에 의존하지 않고 살 때, 당신은 생과 죽음에서 풀려나게 되고 붓다가 된다. 이것이 진실이다. 밖에서 진실을 구하지 말라.(2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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