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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를 걷다 - 시간도 쉬어 가는 길
최성현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신학기, 고3이 되는 딸아이 마들렌을 위해 신청했던 <시간도 쉬어가는 길 - 시코쿠를 걷다>의 마지막 장을 이제 막 덮었습니다.
아이 몫으로 맞이한 것이었기에 아이가 먼저 읽고, 사흘 전 제게 온 시코쿠를 그제야 제가 만났답니다.
책 표지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은 신록의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환한 햇살 담긴 사진 뿐아니라, 책의 질감에서도 두드러졌답니다.
첫 장을 열어 작가를 소개하는 짧은 몇 줄의 글을 보면서, 작가에 대한 감탄이 절로 나왔지요.
화려한 도회지의 삶을 동경하며 더 빠르고 더 많이 가지며 멋지게(?) 사는 것을 선망하는, 많은 젊은이들과 달리 가장 온유한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하나된 삶을 선택해 살고 있는 저자는, 참으로 맑고 밝은 눈을 가진 분이구나....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두었던 몇 장의 빈 여백 공간,
긴- 숨 천천히 쉬며
스게가사를 쓰고 하쿠이를 입고 금강장을 들고
한 발 앞서 길 떠난 나그네의 발자국을 따라 저도 시코쿠 순례를 떠났습니다.
시코쿠...
神께서 만든 책, 대자연과 함께 만난 시간안에서
내가 걷는 길이라면 어느 길이나 가장 성스러운 길, 산도(參道)임을
내가 만나는 사람이 가장 존귀한 존재이며
내가 있는 곳이 가장 성스럽고 소중한 곳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은,
시코쿠 순례를 통해 받은 신의 은총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시코쿠의 작가는 최성현님만이 아니었습니다.
시코쿠의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새들,
바다와 표지판과 길위의 나무, 풀, 꽃, 바다거북, 이끼, 산, 고양이, 88개의 사찰.... 그리고 성현님이 만난, 구카이스님을 비롯한 수 많은 벗님들이었습니다.
시코쿠에서 만난 모든 존귀한 존재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그들안에서 소중함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었던 성현님의 통찰에 그저 마음 모아 두 손을 모았습니다.
인생을 巡禮라 했습니다.
시코쿠 길 1200km를 걷고 그 시간과 기억을 뒤로 하고 집으로 되돌아가듯
우리네 인생길도 순례를 다 마친 후 그리운 집으로 되돌아가야겠지요?
그리움을 안고 본향을 향하는 길이 기쁨에 가득차도록
'합장과 찬양과 감사'의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제 삶을 다시 한번 더 돌아보게 해 준 고마운 시코쿠.
그 시코쿠를 향해 길 떠날 준비를해야겠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 앞산부터 오르고
하루씩하루씩 정겨운 山河를 찾아 자연닮은 모습으로 저를 가꾸어가야겠습니다.
심호흡을 하며
지금 이 순간을 느끼며
제가 만나는 온갖 사물과 사람과 시간을...사랑하겠습니다.
또한 이 처럼 귀한 보물을 알아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연마했을 성현님의 삶도 살짝 엿보기 해봐야겠어요.
<바보 이반의 산 생활을 적은 생명의 노래 - 산에서 살다>에서 만나볼 작가의 삶, 생각만 해도 신납니다.
고맙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