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못>단발머리 여중 시절 내가 들었던 <작은 연못>은 양희은 님이 부르신 너무도 청아한 노래였다. 앞부분의 청아한 목소리에 홀려 뒷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나에게 <작은 연못>은 ‘아 예쁜 노래구나’라는 착각을 하게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다시 듣게 된 <작은 연못>은 김민기 님의 목소리로였다. 가슴속까지 전달되는 김민기 님의 목소리로 듣게 되었을 때 비로소 가사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조금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이번에 창비그림책에서 <작은 연못>이 그림책으로 나온다 해서 조금은 떨리고 기대가 되었다. 그림책이 집에 도착한 날, 우선 제일 먼저 <작은 연못>의 여러 가지 버전의 노래를 다시 들어보았다. 지금 내가 듣는 <작은 연못>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다양한 가수들의 다양한 버전으로 듣다 보니 지금의 나이인 나에게도 충분한 울림이 남겨진다. 음악을 듣고 나서 그림책을 보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진호 작가의 그림이 담백하게 다가왔다. 작은 연못처럼 느껴지는 판형의 표지를 한장 한장 넘겼다. 가사로 느껴지는 그림들, 연못 속의 붕어 두 마리에서 잠깐 눈을 멈추고 한동안 그림책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상황들... 단순한 가사를 재해석한 그림작가의 참신함이 느껴졌다.그림의 여러 가지 이중적 장치들, 이 맛에 그림책을 보는 것 같다. 카트에 담겨져 다른 곳으로 이동되는 물고기 모습이나, 깊은 산의 모습이 마트의 모습으로, 오솔길 옆 작은 연못이 현대사회의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는 모습, 그리고 썩어가는 연못, 아무도 살지 않던 그곳이 결국 우리가 사는 사회 그 자체를 빗댄 것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어쩌면 그림작가의 해석이 딱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연못으로 돌아가는 물고기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쪽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 연못에 놓아준 것은 인간이었으므로.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노래가 맴돈다.정진호 작가의 단순하고 제한된 색조의 그림과 함께 #작은 연못#김민기#한국 대중음악의 고전#정진호#볼로냐라가치상 수상작가#창비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