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왔다 - 스웨덴.아이슬란드.노르웨이
양정훈 글.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왜 그는 모든 그리움이 북유럽에서 왔다고 했을까. 그리움은 비단 그곳에서만 온 것이 아닐 것이다. 어느 곳으로 떠나던 떠나온 이의 안부를 묻는 마음이 그리움을 만들어내는 것일터이다.

머나먼 북유럽으로 떠나 그곳의 만년설을 보고 오로라를 보아도 같이 보면 좋았을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얼마나 쓸쓸해지는 일인가. 여행을 떠나는 길에 가장 중요한 짐은 마음 속에 지닌 누군가인지도 모른다. 그 누군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것처럼, 그를 위한 선물을 사고 사진을 찍으며 글을 쓸 것이다. 


유독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었다. 이 땅에선 볼 수 없는 오로라와 자연 속에 살아 헤엄치는 고래를 만나러. 그 마음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고, 그곳에서 무언가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나는 어느 것에 쫓겨서 무엇이 부족해서 떠나고 싶었을까. 다만 이 계절 내내 우는 이를 위하여 글을 쓴다는 그의 문장에 위로를 받아 나는 떠나고 싶었다. 몇 겹을 껴입어도, 모자를 푹 눌러써도, 아무리 몸을 둘러싸도 추위를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추울 때 그 냉기와 한기를 맞으러. 왜 나는 부러 쓸쓸하고 싶을까. 나의 외로움을 온전히 마주하기 위해 떠나고 싶었던지도 모른다.


지나온 여름, 지나온 겨울, 또 그 전에 지나온 여름. 작년 여름은 무척이나 힘겨웠다. 무더운 그 여름 더 뜨거운 것으로 가슴을 지피느라 어찌나 진이 빠졌던지. 첫머리부터 잘못 쓴 페이지처럼 찢어내고 또 찢어내며 마음이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스스로 괴롭혔다. 멍청이처럼 바보처럼 많이도 울었다. 많이 울었던 만큼 쉬이 괜찮아질 수가 없던 내 마음이 가여워 또 바보같이 울었다. 여러 계절을 울며 지난 뒤에야 떠나고 싶어졌다. 춥디 추운 그 곳에 지금보다 더욱 쓸쓸하러. 그래, 눈물에 지친 스스로를 떠나고 싶었던지도 모른다. 이제 그만 슬프고 싶어서, 이젠 행복하고 싶어서. 물론 떠나는 것은 어렵다. 나는 떠나지 못 했고 대신 새로운 사랑이 왔다. 새로운 사랑은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지며 가만히 나를 위로했다. 


나는 여전히 떠나고싶다. 행복은 이제 내 곁에 있지만 머나먼 이국에서 오로라를 보며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고 싶다. 눈부신 오로라와 꼬리만 간신히 보이는 고래를 보며 너를 떠올리고 싶다. 언젠가 함께 오리라 다짐하면서 당신과의 미래를 꿈꾸고 그리움으로 가득한 전화통화를 하며 잠들고 싶다. 떠나간 곳에서 나는 외로울지라도 내 마음에 지핀 너의 불꽃이 함께일테니. 내 사랑아 나는 감히 너를 위해 떠난다고 말 할 수 있다. 나는 너를 그리워하러 가는 것이므로. 다시 만날 기약을 두고 저 머나먼 땅으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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