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111
한국여행작가협회 지음 / 열번째행성(위즈덤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길이란 말은 오랜시간 어떤 것을 사람이 '길들이다'의 표현에 나오는 그 길이다. 사람들이 각양각색이듯 그래서 길들도 무척이나 다양하게 나있다. 임도길, 오솔길, 옛길 등으로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길은 바람과 악수하고 인사하며 걷는 길,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는 길, 길에서 길을 배우는길..명상과 치유의 길로써 사람들을 길들이더니 그만 걷기에 푹 빠지게 한다.  
 
비슷한 뜻의 도로라는 말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화려하지 않은 소박함, 인위적이기보다는 자연 그대로, 내 눈 밖의 것보다는 내 마음 안의 것을 바라보는 감성을 싹트게 해주기도 하는 것이 또한 길이다. 느림의 미학과 여행의 감성에 있어서 동지이기도 한 기차는 경의선에 이어 경춘선도 곧 복선 전철화 되면서 속도의 효율논리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 길이 도로에 의해 덧발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111곳이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걷기 좋은 곳을 싣기 위해 총 27인의 여행작가가 참여한 이 책에는 서울의 하늘공원부터 눈길 닿는 곳마다 미소로 답해주는 지리산 둘레길,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 나들길, 돌담으로 이어진 고샅길 하회마을, 바람과 돌이 공존하는 제주 올레길까지 짧게는 2km 안팎에서 길게는 30km가 넘는 걷기 좋은 길들이 실렸다.  

길은 그것을 길들인 사람을 닮아 다채롭기도 하다  
서산 오솔길, 외암리의 옛길, 영덕 블루로드..
 
이미 유명해진 관광지 주변의 작고 소박한 길들도 나오는데 동네 주민들만이 애용할듯한 길이 호기심과 함께 날씨가 좋은날이라면 당장이라도 떠나고픈 발동이 들게 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덜 길들여져 익숙하지 않은 이런 길을 좋아한다. 
 
개항기로 떠나는 인천 시간여행 길, 지붕없는 박물관 강화 나들 길, 잃어버린 가야 역사를 찾아가는 길..에서는 소중하고 안타까운 역사를 생생하게 배우기도 하고 삶이 담긴 이야기를 한껏 상상하게 한다. 소설 지망생이나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번쩍이는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투박하고 거친듯 하지만 길 본래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에 그만 중독되듯 빠져들게 하는 동강의 비경이 담긴 칠족령 길, 노래 선율같은 대관령 옛길, 진양조로 걷고 싶은 슬로시티 청산도 길도 걸어본 사람에게 오래도록 기억과 추억에 남아 삭막한 현대의 삶에 한줄기 위로가 되어주는 곳이다.
 
걸어도 걸어도 언제나 또 걷고 싶은 제주도를 포함해 서울, 인천, 경기를 시작으로 전라도,경상도, 충청도까지 대한민국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는 걷기 좋은 길이 풍성하게도 펼쳐져 있다. 더불어 길에 대한 특징을 손으로 그린듯한 작은 지도와 여러 사진들과 함께 소개하고, 그 길로 접근하기까지의 자세한 교통편과 주변의 음식점, 숙박지도 친절하게 나와 있다.

길따라 전국일주를 한 느낌의 책 

골짜기, 산길, 바닷길 위로 굽이굽이 흐르는 길 위에서 피어난 이야기들은 마음을 넉넉하게 하고 답답했던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전국일주를 한 느낌이 든다. 그 동네에 사는 주민이거나 여러 번 다녀오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길 곳곳에 흩뿌려진 글들은 작가들의 소담한 사진들과 함께 여유를 더하고,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는데다 육지길은 그나마 철책선으로 가로막힌 이 작은 땅덩이에 이렇게 갖가지 길들이 있었고 계속 길들여지고 있으니 대단하고 놀랍다. 아마도 땅의 70%가 크고 작은 산으로 이루어진 것이 그러한 길들을 가능하게 했으리라.     

걷기 좋은길을 걷다가 중간에 길을 잃지 않도록 산행코스처럼 길을 나누어 소개하는 등 세심한 마음으로 담아 전하고 있어 걷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 떠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할 것 같다. 백가지가 넘는 많은 길이 소개된 두툼한 책이지만 무슨 종이를 썼는지 무척 가벼운게 여행자의 배낭을 부담없게 해주어 더 맘에 쏙든다. 

재미있는 것으론 이 책 마지막에 오려낼 수 있게 붙어있는 부록이다. 겉에 도보 여행자용 여권이라고 써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2009년에 시작하여 앞으로 더욱 확대해나갈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코스들이 담긴 것이다. 여권에 그려져 있는 여행지에 들러서 도장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천천히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여행이 한층 즐겁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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