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 지식의 최전선 1
피터 조셉 지음, 김종돈 옮김 / 노마드북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탐욕과 경쟁은 변하지 않는 인간본성이 아니다.
탐욕과 경쟁에 의한 공포는 만들어지고 증폭된다.
그것이 결국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서로 싸워야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다.
- 버너드 리에르테 (EU 통화체제 창설자)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미국과 캐나다의 독립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던, 
이 책 <시대정신>에 나오는 여러 유명인들의 증언과 말 중 책의 내용을 아우르는 명언으로, 수단(전쟁)과 방법(화폐)을 가리지 않으며 부와 권력을 끝없이 추구하는 미국 기득권 세력의 본질과 진실을 날카롭게 가리키고 있다. 독립영화 작가이자 감독인 피터 조셉이 쓴 책으로 미국의 종교, 정치, 경제의 본질과 실체를 전방위로 두드리지만 우리나라의 현실과 나아가 세계의 미래와도 무관하지 않은 내용이라 흥미롭게 때론 주먹을 불끈쥐기도 하며 읽어 나가게 된다. 

책을 다 읽고 진실을 모두(?) 알게 되어 세상을 다시 바라보니 역시 진실은 불편하다. 좋은 것 예쁜 것만 보고 싶고 신경 곤두서지 않고 살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인가보다. 이 책의 부제인 '진실을 아는 것은 두렵다, 그러나 알아야 한다'는 사실 '진실을 아는 것은 피곤하다, 그러나..'가 더 적합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일상의 노동에 힘든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은 골치 아픈 <PD수첩>, 용산 철거민 사건보다 토크쇼, 오락프로그램이 위로가 되고 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진실을 알아야 하는 건 우리가 사육당하는 가축이 아닌 생각하고 연대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같은 이름의 다큐멘터리 영화이기도 한 시대정신의 원제인 'Zeitgeist'는 독일어로 '시대정신'이라는 의미이다. 철학자 헤겔이 역사속에서의 명징한 이성을 지칭했다는 단어로 길게 표현해보자면 역사속에서 발전되어 나가는 깨어있는 인간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진실을 알고자 하고 정의롭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인간정신은 그러나 수많은 위협을 받게 되고 저자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성을 제외한 '피터 조셉'이라는 이름만 사용하면서 다른 작품을 만들고 있다. 

신(God)의 나라 미국  

정신없이 흘러가는 역사속에서 깨어있는 인간정신을 잃지 말자는 이 책의 첫 주제는 놀랍게도 종교, 더 구체적으로 기독교의 폐해를 다루고 있다. TV의 공식연설이나 공식석상에서 대통령이 신의 이름을 꼭 들먹이고 기도를 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신의 나라 미국.  

저자는 유일신 종교의 폐해와 특히 기독교 예수의 존재가 사실은 고대 이집트, 페르시아, 그리스의 종교들을 짜깁기한 패러디 신화라고 역사적 증거들까지 나열한다. 2007년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였던 <The God Delusion, 신이라는 망상(한국에서는 '만들어진 신'으로 출간)>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와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유일신 종교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권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아 있다면 의문을 가져라 

두 대의 비행기가 날아와 충돌하여 세 개의 고층빌딩이 폭삭 무너져버린 2001년 9.11사건은 미국 내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으로 허술한(?) 점이 너무 많아 그 진상을 파헤치는 책과 다큐멘터리 영화가 미국내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9/11>, 2편까지 나온 다큐멘터리 <9.11 Loose Change (감독 : 딜런 애버리)> 그리고 <War made easy (로레타 엘퍼와 제레미 업 공동연출)>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도 9.11사건은 세계를 무대로 한 미국 부시 정권의 자작극이라며 다종다양한 증거들과 함께 입다물고 있는 지식인들을 향해 권력의 노예, 미디어의 노예라고 욕하며 지식인들의 침묵도 비난하고 있다. 소설 <1984>의 조지오웰은 '지식인들은 잘 훈련된 똥개'라고 했다는데 4대강 개발 관련 토론회에서 '흐르는 강물을 막는 보를 만들어 세우는게 강물을 더 깨끗하게 한다'고 주장하던 어떤 교수가 떠올랐다. 

커튼 뒤에 숨어있는 진짜 권력자들  

세계를 호령하고 주도하는 초강대국 미국은 대통령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나라가 아니라니 과연 실체는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그것은 1913년 윌슨 대통령이 승인한 연방준비법과 중앙은행에서 비롯된다. 화폐발행을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로 위임하는 이 중대법안은 국회의원들이 만든것이 아니라 JP모건, 록펠러, 골드만 삭스 같은 몇몇 유태인 은행가들이 준비하여 만든 제도이다. 당연히 FRB는 그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고 국가의 감시가 법적으로 차단된채 국가기관이 아닌 주식회사 같은 사기업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거대 금융가들의 집단이 미국 달러의 환율과 통화량을 조절하며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The International-2009년 톰 티크베어 감독>에도 이런 내용이 생생하게 나온다. 역사적으로도 중세시대 로마 교황청이 FRB처럼 화폐통화량을 확 줄여서 일반 백성들이 신성한 종교권력을 감히 넘보며 비판하지 말고, 오로지 먹고사는 데만 함몰되도록 일부러 궁핍한 경제 암흑기를 조장했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그 밖에도 기업정치, 세계화, 자본의 본질등 복잡하게 보이는 현실을 꿰뚫어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게 하는 살아있는 지식들도 많아 한 번 더 읽게 되는 책이다. 책의 후편에서 저자는 돈, 에너지, 교통수단, 노동, 교육, 문명 등에 대한 다른 생각들과 실천적 대안, 행동강령까지 제시한다. 그 중 우리나라에서도 통과된 미디어법과 관련하여 공감이 가는 내용은 TV에 관한 것이다. 거대기업들이 소유한 방송사는 그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그 어떤 거짓도 사실로 둔갑할 수 있다. 독서인구가 전 국민의 3%인 미국 국민들에게 TV의 뉴스들에 의존하지 말고 인터넷을 활용하라고 말한다.  

몇 차례 국가적인 경제위기를 겪은 한국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은 내용들이 많다. 피곤하고 잘 보이지도 않는 진실이지만 그것을 알고자 하는 시대정신이 우리에게도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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