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영민 외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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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삼십 줄에 들어서면서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과거의 나와 달라진 모습이 많아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억지로 노력해서 나를 탐구하는 노력을 많이 하는데, 그 노력의 일환에 독서(서평단 활동)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책은 컬처블룸 카페의 도서 리뷰단 모집 게시판에서 접했다.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이라는 책에 엄청나게 끌렸다. 제목에 요즘 관심사인 '자아 탐구'와 더불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인문학'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표지도 단순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줘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은 저자가 5명이나 된다. 각 저자는 각각 지리학, 심리학, 문예학, 언어학, 교육학을 전공하는 교수이다. 이 책은 5명의 저자의 개성적인 시선에서 '나'를 바라보고 발견하는 과정을 담았다. 각 장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문학 소양을 쌓을 수 있고 '나'를 바라보는 관점도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맛보기로 책의 내용 일부를 소개하고 느낀 점을 나누고자 한다. 저자는 1장에서 '여행'을 통해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예로 중국 여행에서 한국인들만이 오로지 두만강 너머 북한 땅을 바라본다고 했다. 반대편이 훨씬 볼 것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처럼 여행지에서 보이는 모습이 곧 '나'의 정체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낯설고 두려운 곳에 방문하는 여행은 매력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며 내가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와 더불어 다른 페이지에 나온 존 러스킨의 말도 굉장히 의미가 깊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 다를 뿐이며, 다름이 곧 나쁨은 아니다. 좋아할 수는 없어도 그 또한 좋은 것이라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에서는 여행을 예시로 들었지만, 다르게 본다면 우리가 낯선 이를 만나는 것도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고유한 존재지만, 그가 곧 나라와 문화를 담고 있는 집합체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내가 타인을 대할 때 타인을 인간보다는 하나의 다른 존재로서 대한다면, 좋아하지는 못해도 좋은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 대하기가 어려워져서 그런지 이 대목이 특히 와 닿았다.


저자의 생각은 마침내 다름을 넘어서서 같음에 다다른다. 인간은 서로 다르지만, 그 바탕에는 결국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 꼭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우리네 인생도 하나의 여행처럼 '흥미진진하고 고귀한 여정'이 될 것이다.



2장에서는 나를 마주볼 용기를 다루는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여기서는 용기의 어원을 다루는데, 용기란 뜻의 영단어 courage는 심장을 뜻하는 라틴어 core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즉, 진정한 용기는 자신의 가장 취약한 부분,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고 마주하는 것이라고 한다. 진짜 나를 마주하는 것만큼 두렵고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연약한 면과 싫은 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 안의 다른 나를 만나는 일은 정말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감정의 본질에 대해 논하는 내용도 깊이 와 닿았다. 자신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면의 감정보다 이면의 감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울해서 분노할 수 있지만, 반대로 분노가 우울로 드러날 때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내면의 감정과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언행을 돌아볼 때도 겉으로 드러난 감정보다 진짜 원인이 되는 감정이 무엇인지 올바로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감정에 압도되지 않는 방법을 배웠다. 바로 '경험하는 자기'와 '관찰하는 자기'를 분리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하는 감정을 관찰하면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생각해보면 나도 감정에 취해 있을 때보다 감정을 느끼는 나를 남처럼 바라볼 때 상황에 훨씬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결코 나쁜 것이 아니지만,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 또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나를 관찰하면, 오롯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들었다.

덧붙여 3장~5장의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면 좋겠다. 다른 인문학 분야에서 '나'를 바라보는 관점도 매우 흥미로웠다. 꼭 직접 읽고 인문학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란다.


이제 다음과 같은 분들께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을 추천하며 서평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나'를 깊게 이해하고 싶은 분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싶은 분
인문학 소양을 쌓고 싶은 분

'인문학'과 '자아 탐구'라는 흥미로운 두 가지 주제를 엮은 책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손바닥 정도의 크기로 매우 작지만, 알찬 이 책을 통해 '나를 찾는 여행'을 즐기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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