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비결 - 좋은 문장 단단한 글을 쓰는 열 가지 비법
정희모 지음 / 들녘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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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게 된 계기

나는 웹소설 작가 커뮤니티인 글담에서 종종 활동하고 있다. 다른 네이버 카페가 그렇듯 글담도 종종 서평 이벤트를 여는데, 이번에 특히 눈에 들어오는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문장의 비결> 서평 이벤트였다.

문장은 아무리 열심히, 자주 써도 늘 막힘이 있다. 또 한 번 엉키면 밑도 끝도 없이 혼란해지고, 그런 문장들이 모여 엉망인 작품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런 주제에 글쓰기에 대한 욕심은 커서 언제나 형태적으로 완전하고 간결하면서 전달력이 좋은 문장을 꿈꿔왔다. 이 책은 이런 내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될 것 같았다.

오래 전 대학에 다니며 국어국문학을 공부하면서 문장 쓰는 법도 배웠지만, 사실 잘 기억도 안 난다. 때문에 요즘은 직감에 의존해 문장을 쓸 때가 빈번했다. 그런데 이 책은 촘촘한 차례와 발췌문 일부만 봐도 정독하면 간만에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았다.

위와 같은 내용을 담아 서평 이벤트 참여 댓글로 달았다. 단 10명만 뽑는 이벤트에 뽑혀서 정말 좋았다. 덕분에 책을 받자마자 신나게 읽어내려갔다.





>책 소개

<문장의 비결>은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희모 선생님이 쓰신 책이다. 작문과 관련한 저서만 10권 가까이 되고 모두 전문적이고 탁월하다는 후기가 많았다. 그래서 <문장의 비결>도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2장은 문장의 개념을 다루고 좋은 문장이 무엇인지 논한다. 3장은 생각의 논리와 글의 논리가 어떤 차이가 있으며, 글 쓰는 사람은 어떤 논리를 따라야 바람직한지 설명한다. 4장은 기본 문형을 소개하고 5장은 겹문장 처리법을, 6장은 문장에서 동사가 중요한 이유를 말해준다. 7-9장은 문장의 종결 형태와 연결을 이야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7-9장이 웹소설 작가가 가장 눈여겨 봐야 할 파트라고 생각했다. 이 파트는 문장이 모여 글을 이루는 원리, 글의 결속성에 대해 다룬다. 따라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도 있게 써야 하는 웹소설 작가에게 꼭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10장은 한국어 문장에서 사람 주어를 쓰는 것이 좋은 이유에 대해 말한다.

원래 서평을 쓸 때 목차를 자세히 다루는 편이 아니지만, 이 책만큼은 예외였다. 웹소설 작가 커뮤니티를 통해 받은 책이니 어떤 파트가 웹소설 작가에게 가장 필요할지 판단하느라 그랬다. 부디 이 서평이 작가 지망생과 초보 작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목차 이야기가 나왔으니 자연스럽게 장별로 서평을 이어가고자 한다. 그 전에 우선 필자의 의견 중 문장은 글 전체와의 맥락(관련성)을 통해 바라봐야 한다는 말씀에 참 동의가 됐다. 이는 웹소설 작가가 숲과 나무를 모두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나의 지론과도 맞닿아 있다.



이런 저자의 의견은 특히 8-9장 문장의 연결에서 잘 드러난다. 우선 8장에서 필자는 문장들이 연결됨으로써 글을 이룬다고 설명한다. 문단의 결속성은 문장들이 문장 화제(초점, 토픽, 주제)를 중심으로 쓰였는지, 문장이 각자 논리적 기능을 적절히 하느냐에 따라 견고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다. 

이어 9장에서는 연결 표현, 맥락, 경험, 지식에 따라서도 문장 연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각각의 예시를 보여주는데, 특히 연결 표현을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저자는 연결 표현을 통해 글을 단단하고 자연스럽게 고치는 과정을 상세하게 풀어 보여준다.

따라서 자신의 글이 맥락이 뚝뚝 끊기고 어색하다면 8-9장을 눈여겨보면 좋겠다.


그런데 목차 중에서 아쉬웠던 점은 기본 문형에 관한 4장이나 몇몇 장은 국어국문학 전공자가 보기에 적합할 만큼 내용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국어국문학 전공서적과 글쓰기 실용서를 반반 섞었다는 인상이 강해서, 입문자가 보기에 적합한지만 두고 본다면 무조건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점이 훨씬 많았다. 가령 문장의 의미는 필자와 독자가 동일하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등 문장의 의미 구성 과정을 스키마 등의 이론을 들어 쉽게 설명했다.


더불어 풍부한 인용 및 참고 자료가 이해를 도왔다. 좋은 글의 예시와 아쉬운 글의 예시를 각각 들어주어 글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더군다나 아쉬운 글에서 어떤 점이 아쉬운지 콕콕 찝어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이를 보며 나도 더 정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게다가 문장을 도식화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문장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나중에 문장을 다듬는 과정도 상세히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론을 나열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예시가 많은 파트가 훨씬 빠르게 이해됐다.



마지막으로 장마다 핵심 체크, 실전 체크가 있어서 유익했다. 여기서는 핵심을 다시 복습할 수 있고, 해당 장에 나온 문장 다듬기 방법을 연습해볼 수 있다.




앞서 책을 개괄적으로 소개했다. 이제는 개인적으로 와 닿았던 부분을 몇 가지만 추려 소개하고자 한다. 각종 외국어에 익숙한 우리 세대는 번역투에 익숙하지만, 실제로 번역투를 우리말로 쓰면 매우 어색하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말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서술어를 잘 살려서 써야 한다고 했다.



'오랜 숙련을 거친 작가들은 문장으로 문장으로 쓰지 않고 이야기로, 삶으로, 생활로 쓴다. 좋은 문장은 이게 문장이란 것을 잊어버릴 때 써진다.' 작가에게 부담을 주지만, 동시에 핵심을 찌르는 이야기였다. 이게 문장이란 것을 잊어버릴 만큼 몰입되는 작품을 쓰는 것은 모든 작가의 간절한 염원 아닐까.



'한 문장에 한 생각' 원칙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작가들이 기억해야 할 원칙이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빼고 생각을 나누어 전달하는 것. 유려한 문체에 집착하느라 정작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장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마지막으로 <문장의 비결>은 아래와 같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문장 쓰기가 어려운 작가지망생

글이 뚝뚝 끊겨 고민하는 분

문장의 기본기를 다지고 싶은 분


<문장의 비결>은 문장이 모여 글이 된다는 개념에 충실하게 쓰인 책이라서, 문장과 글쓰기와 관련한 이론을 배우고 실전 연습까지 해보고 싶은 분들께  딱이다. 내 문장에 자신이 없고 내 글이 단단하지 못하고 헐렁하게 느껴지신다면 꼭 한 번쯤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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